베트남 정부가 중국산 차량과 스마트폰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에 중국이 남중국해 90%가량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해변을 따라 그은 9개의 선인 '구단선' 지도가 담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구단선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인접국의 영해와 겹쳐 갈등의 불씨다.

8일 온라인 매체 '징'(Zing)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관세총국의 응우옌 훙 아인 밀수조사부장은 전날 "중국에서 수입되는 차량을 100% 조사할 것"이라며 "중국산 차량에는 구단선 내비게이션 앱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인 부장은 또 "베트남 주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세관에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스마트폰을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1월 안에 관련 지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수입된 승용차에서 구단선 내비게이션 앱이 잇따라 적발됐고, 화웨이와 샤오미 스마트폰에도 같은 앱이 미리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내비게이션 앱 외에도 구단선과 관련한 민원과 엄중 조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호찌민시에서 열린 국제관광엑스포에 참가, 구단선 지도가 담긴 안내 책자를 나눠준 여행업체에 벌금 2천200달러(약 250만원)가 부과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구단선 지도가 나온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의 상영이 전면 중단됐고, 현지 배급사인 CJ CGV 베트남에 벌금 7천310달러(약 850만원)가 부과됐다.

베트남 당국은 영화담당 국장을 좌천시켰다.

또 한 의료봉사단체가 베트남 지부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 글로벌 대사인 홍콩 액션 스타 청룽(成龍·재키 찬)을 초청하려다가 베트남 네티즌들이 "청룽이 구단선을 지지한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베트남, 중국산 차량·스마트폰 전수조사 추진…영유권 분쟁 탓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