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8000억원 증액됐다. 정부가 제출한 2조2000억원에서 36%나 늘려 잡은 것이다.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심(農心) 달래기성’ 현금 지원 확대가 현실화되는 움직임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등 소관 기관의 내년도 예산안을 28조9537억원으로 의결했다. 정부안 25조5163억원에서 3조4000억여원을 증액한 규모다.

이 중 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기존 2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직불금 예산(1조4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공익형 직불제 예산 확대는 정부가 지난달 향후 WTO 협상 때부터 개도국 혜택을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고됐다. 한국은 현재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쌀 등 민감 품목에 최대 513%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앞으로 WTO 농업 협상이 열리면 이런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정부는 대신 농업계에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농업 재해 복구비 단가 인상, 청년농 지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쌀에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은 WTO 규제 대상으로 연간 1조4900억원만 지원할 수 있으나, 작물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공익형 직불금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지원 규모에 제한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익형 직불제는 현행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모든 작물에 같은 직불금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증액된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칼질’을 거치긴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민 표를 의식한 여야가 선뜻 삭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