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진보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의 규모와 성격에 대해 재고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5일 보도했다.

민주당 내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진보계 의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잇따른 비판적인 입장을 개진하면서 그동안 초당적 지지하에 성역시 돼온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원조가 민주, 공화 양당 간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진보계 의원들 "이스라엘 군사원조 팔' 정책과 연계해야"
앞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비롯한 2020 민주당 주요 대선후보들은 미국 내 진보계 유대로비단체인 'J 스트리트' 총회에 참석해 팔레스타인 점령정책 등 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에 매년 38억 달러(약 4조4천억원) 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항공기와 탱크, 미사일 방어, 탄약, 기타 국방 장비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진보계 의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를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과 연계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원조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현 트럼프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전폭 지지하면서 민주당 진보계 의원들은 의회가 이스라엘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군사원조의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하원 진보계 의원 모임의 공동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민주, 워싱턴)은 "누군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원조가 이스라엘 내에서 비민주적이거나 나아가 인종차별적 정책을 부추기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 의회의 분위기는 친 이스라엘이 절대적이다.

올초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과 투자철회 및 제재 등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398-17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이 결의안이 언론자유의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209명이 찬성했다.

그러나 의회 내에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일한 오마(미네소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등 초선 3인방을 비롯해 이에 동조하는 다른 의원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권리신장과 이스라엘 안보는 별개라는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J 스트리트 연차 총회에 참석한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2020 대선후보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찰스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중동평화를 위한 '2국 해법'을 받아들이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야팔 의원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1년 전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라면서 "군사원조를 연계하는 방안이 아직은 의회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당시 2016년부터 향후 10년간 380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키로 합의했다.

반면 보수계 유대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군사원조의 연계 거론을 일축하면서 "이스라엘은 핵심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미국의 불가결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AIPAC는 특히 이란과 그 대리 세력으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맹의 안보에 조건을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보계 의원들은 미국민의 세금인 군사원조가 이스라엘 국방예산에서 어디에 사용되는지 세부적인 보고가 없다면서 특히 미국의 원조가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등 팔레스타인 인권침해와 같은 분야에 사용되는지 감독을 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