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수의계약' 요구하며 한전 본사 점거한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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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소속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원들이 경북 김천시 도공 본사를 점거한 것은 지난 9월 초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5000여명의 톨게이트 근로자를 자회사(정규직)로 전직시켰는데, 임금과 복지 수준이 더 나은 본사 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게 점거 농성의 골자였지요. 여당 중재로 도공이 직접고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부는 농성을 풀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중 상당수가 ‘하이패스’(자동화 구간)로 바뀌는 과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수납원들의 일자리 때문에 하이패스를 늘리는 게 쉽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됐기 때문일까요. 전남 나주시의 한국전력공사 본사도 최근 시위대에 점거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A장애인협회는 지난달 17일께부터 한전 본사의 로비를 점거한 뒤 농성을 벌여왔습니다. 한전은 국가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주요 산업시설로, 보안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본사 로비가 외부 세력에 점거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건 수의계약이라는 게 한전 측 설명입니다. 한전이 갖고 있는 폐전선과 고철 등 불용품을 매각할 때 수의계약 방식으로 자기 협회에 달라는 것이죠. 한전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야 하고 장애인단체 등에 가산점을 주더라도 입찰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점거 농성의 방식입니다. 본사에 근무하는 한전 직원은 “시위대가 회사 로비에서 수시로 목탁을 두드리고 삼겹살이나 생선을 조리해 먹고 있다. 일부러 화장실 대신 로비에서 일을 보기도 한다. 건물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엄연한 불법 아닌가.”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 본사와 같은 대형 건물 안에서 흡연하면,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됩니다.
경찰이 상주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이 직원의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한전 본사 농성엔 처음에 30여명이 참여했다가 지금은 숫자가 줄었다”며 “강제퇴거의 경우 집행하는 데 민감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전 본사에서도 공식적으로 퇴거 집행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지요.
한전 경영진 역시 ‘쉬쉬’하고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막연히 이 단체가 스스로 점거 농성을 풀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본사 직원들은 자괴감 속에서 시위대를 피해 건물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협상의 자리를 ‘떼법 시위’가 대신하는 게 일상화했지만 누구도 책임있게 나서지 않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이런 일이 반복됐기 때문일까요. 전남 나주시의 한국전력공사 본사도 최근 시위대에 점거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A장애인협회는 지난달 17일께부터 한전 본사의 로비를 점거한 뒤 농성을 벌여왔습니다. 한전은 국가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주요 산업시설로, 보안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본사 로비가 외부 세력에 점거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건 수의계약이라는 게 한전 측 설명입니다. 한전이 갖고 있는 폐전선과 고철 등 불용품을 매각할 때 수의계약 방식으로 자기 협회에 달라는 것이죠. 한전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야 하고 장애인단체 등에 가산점을 주더라도 입찰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점거 농성의 방식입니다. 본사에 근무하는 한전 직원은 “시위대가 회사 로비에서 수시로 목탁을 두드리고 삼겹살이나 생선을 조리해 먹고 있다. 일부러 화장실 대신 로비에서 일을 보기도 한다. 건물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엄연한 불법 아닌가.”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 본사와 같은 대형 건물 안에서 흡연하면,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됩니다.
경찰이 상주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이 직원의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한전 본사 농성엔 처음에 30여명이 참여했다가 지금은 숫자가 줄었다”며 “강제퇴거의 경우 집행하는 데 민감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전 본사에서도 공식적으로 퇴거 집행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지요.
한전 경영진 역시 ‘쉬쉬’하고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막연히 이 단체가 스스로 점거 농성을 풀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본사 직원들은 자괴감 속에서 시위대를 피해 건물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협상의 자리를 ‘떼법 시위’가 대신하는 게 일상화했지만 누구도 책임있게 나서지 않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