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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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분사한 사내독립기업 네이버페이가 1일 '네이버파이낸셜'로 정식 출범했다. 4조원에 달하는 분기 거래액, 1000만 고객을 등에 업은 페이 서비스가 든든한 발판이다.

새로 진출하는 금융플랫폼 시장에서도 본업인 포털업계 라이벌 카카오와 맞붙는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를 거느린 금융업계 다크호스 카카오와 또 한 번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1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간편결제 사업 부문인 네이버페이를 별도 법인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목표는 커머스에 기반한 금융플랫폼이 되는 것. 내년부터 '네이버 통장'을 필두로 예·적금, 주식, 보험, 신용카드, 후불 결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QR 코드를 스캔해 네이버페이로 음식값을 결제하는 '테이블주문' 등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직접 라이선스를 취득해 은행업에 진출하진 않는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는 뜻이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처럼 은행이 아니더라도 통장을 만들 수 있게끔, 비교적 네이버가 쌓아온 데이터 활용의 폭이 넓고 당국 규제는 덜한 금융플랫폼으로 키울 방침이다.
네이버페이를 통한 테이블주문(사진=네이버)
네이버페이를 통한 테이블주문(사진=네이버)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전날 열린 네이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쇼핑 플랫폼 기반으로 네이버페이가 성장한 것처럼 금융사업도 비슷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은 쇼핑 셀러와 바이어로 연결돼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상품 제공 등 네이버만이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네이버페이와 포털 검색,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활용해 이용자 인지도와 사용자 경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페이 월간 결제자 수는 1000만명을 웃돈다. 지난 3분기 결제액만 4조원을 넘었다. 네이버가 페이 사업부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별도 설립한 것도 네이버페이 경쟁력이 자립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회사 네이버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들과의 협력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9월 네이버파이낸셜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사를 하면 금융 관련 사업 허가 취득이 용이해진다. 다른 금융사들과 협력하기도 쉽고, 투자도 더욱 손쉽게 유치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금융 시대에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금융업계 '메기'로 자리 잡은 카카오와의 경쟁구도 또한 관전 포인트다.

카카오는 은행업 디지털화·혁신에 불을 지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올 상반기 거래액 22조원을 달성한 간편결제 업체 카카오페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43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십분 활용해 금융사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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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송금·결제를 넘어 증권 진출까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손해보업업계 1위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보험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지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내년부터 펼쳐질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의 진검승부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아직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소비자 편의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업으로 시장이 커지면 (두 회사의 점유율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소비자들은 결국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내놓는 업체를 이용하지 않겠나. 금융시장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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