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지만 이들이 낸 세금은 소득의 약 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 부담이 일반 직장인의 5분의 1도 안 된다. 종교인 과세 제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설계한 탓에 조세형평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국세청의 ‘2018년 6월 귀속분 종교단체의 원천세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종교인소득’을 신고한 8000개 종교단체의 급여 지급액은 2224억원, 납부 세액은 27억원이었다. 급여 대비 세금 부담, 즉 실효세율은 1.2%에 불과했다.
종교인 과세 '유명무실'…작년 소득의 1% 냈다
종교인 세 부담, 일반인의 5분의 1

종교인은 목사와 승려, 신부 등이다. 이들의 벌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세 부담이 너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법정 소득세율은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로 좁혀도 6~15%이고 일반 직장인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원천징수 기준)도 6.1%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 달 2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평균 12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반면 종교인은 2만원만 내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납부된 세금 27억원이 종교인의 전체 세액은 아니다. 종교단체는 원천세 신고를 매달 혹은 반기에 한 번 할 수 있다. 즉 작년 6월 귀속분 세액은 매달 신고자의 6월 신고분과 반기 신고자의 1~6월치 신고분 세액만 집계한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종교인 세금 제도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납부하든지 동일하기 때문에 전체 세액이 집계돼도 1.2%의 세 부담 수준은 비슷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올해 6월 귀속분 원천세 신고에서도 종교인소득 실효세율은 1.1%에 그쳤다. 최종적인 실효세율은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말정산을 거치면 세금을 환급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필요경비 80% 인정 등 특혜 과도”

종교인의 세 부담이 낮은 이유는 정부와 국회가 이들에게 특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종교인 과세 제도를 마련할 때 종교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종교활동비’는 비과세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때 어떤 급여를 종교활동비로 정할지는 종교단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급여 200만원 가운데 종교활동비가 190만원이라고 주장해도 세무당국은 곧이곧대로 믿어야 한다. ‘비과세소득을 납세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부는 ‘종교인을 배려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관철시켰다.

종교인소득이란 특별 항목을 만들어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종교인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 말하자면 어쩌다 들어온 소득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종교인소득은 구간별로 20~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해 비용으로 떨굴 수 있게 했다. 이 덕분에 소득이 5000만원일 때 공제액은 2900만원에 이른다. 똑같은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공제액은 1225만원에 그친다.

국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종교인의 퇴직소득에 특혜를 주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시행 이전에 발생한 퇴직금에는 세금을 안 물리는 법안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도한 특혜로 일반 국민과의 조세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특정 계층에게 이렇게 많은 세제 특혜를 주는 경우는 없다”며 “종교인도 다른 직장인과 같이 근로소득으로만 신고하고 납부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