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22일 시정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같은 문장을 읽어 내려갈 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이란 부분에선 일부 한국당 의원이 “조국!”이라고 외쳤다. 여당 의원들은 곧장 “그만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단체로 손으로 X자를 표시하며 “안돼요”라고 제동을 걸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연설문이 출력된 종이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고 적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반면 문 대통령을 응원하며 33분간의 연설 도중 26회 박수를 보냈다.

신경전은 사전환담에서도 벌어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 사퇴는 아주 잘하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조 장관 임명으로 국민이 분노라고 그럴까,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있던 김명수 대법원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대법원에서도 법원 개혁안을 냈죠”라며 화제를 돌렸다.

야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시면 대통령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문 대통령이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 내어 웃었다고 환담 참석자들은 전했다. 환담 도중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모든 정치의 중심”이라며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시정연설이 끝난 뒤 황 대표는 “한마디로 절망적인 시정연설”이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고집불통 대통령이란 사실만 확인했다”며 “경제, 외교, 안보정책의 전반적인 총체적 실패에 대해 반성은 단 한 줄도 없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통해 “불통과 아집으로 국정을 얽히게 한 반성과 사과는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여러 대목에 동감하지만 몇몇 중요한 부분에서는 아직 대단히 미흡하다”며 정치개혁·교육·노동 분야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