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선거자금 모금 '일거양득'…정치신인들, 출판기념회 러시
김홍걸 민화협 대표, 북 콘서트…김재용 경기연구원 부원장, '매니페스토' 저서 출간
여의도는 '출판기념회 계절'…총선 앞두고 '얼굴 알리기' 경쟁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가량 앞두고 여의도 정가에 출판기념회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는 출마 희망자들이 자신의 삶과 정치 철학을 알리는 '홍보의 장'이자, 선거 출마를 본격화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치 이벤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부터 총선일인 4월 15일까지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으므로 연말까지 여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개최 열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총선 도전 의향을 밝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지난 17일 연세대에서 자신의 저서 '희망을 향한 반걸음'의 출판기념회 겸 북 콘서트를 열었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남북민간교류에 쓰겠다고 밝힌 김 의장은 최근 "내년 총선 출마할 가능성이 90%"라고 말한 바 있다.

기념회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등이 자리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초대 의장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재용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권력의 탄생과 성공의 법칙-매니페스토에 길을 묻다'를 출판하고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오영훈 의원 등 민주당 현역이 참석해 출간을 축하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매니페스토(선거 정책공약) 전문가로 꼽히는 김 부원장은 책을 통해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의 정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시대적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는 혁혁한 공이 있지만, 불평등과 격차 등 신자유주의 이후 시대적 과제에 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내년 총선에서 '유능한 정책 세대'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저는 이 세대 등장과 지원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이 책을 쓰게된 것도 이 같은 새로운 정책세대를 만들고 국정운영의 논리적 체계를 세워 시대적 가치를 실현하고자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고 "저의 꿈은 오늘날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설계한 비그포르스처럼 대한민국의 미래설계도를 만들고 리더와 정당과 함께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1993년 한총련 초대 의장을 맡아 학생운동권의 핵심으로 활동한 뒤 시민운동을 거쳐 매니페스토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김 부원장은 현 '86세대' 정치인들이 정책과 공약 중심의 정치를 하지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청년층 영입 등을 통한 대폭적인 인적쇄신과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조재희 서울 송파갑 지역위원장은 '김대중의 꿈, 노무현의 노래 너머'라는 책을 출간하고 한글날인 지난 9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조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삶의질향상기획단 기획조정실장,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서울 송파병 후보 경선에서 남인순 의원에 패한 뒤 꾸준히 이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왔다
여의도는 '출판기념회 계절'…총선 앞두고 '얼굴 알리기' 경쟁
자유한국당 박종희 전 의원은 내달 경기 포천시와 가평군의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박종희가 들려주는 가천·포천 힐링여행'을 출간하고 두 지역에서 차례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군 장성 출신인 한국당 김근태 전 의원도 내달 자신의 40년 군 생활을 담은 '나의 길, 도전과 극복 그리고 희망'이란 제목의 저서를 내고 출마를 준비 중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세 차례 출판기념회를 연다.

한국당 신진영 천안을 당협위원장은 오는 27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저서 '정직하면 이긴다' 출판기념회를 연다.

책에는 이완구 전 총리와 인연을 맺은 뒤 국회 보좌진과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 경험을 담았다.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인 한국당 전옥현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8월 자신이 생각하는 안보 전략과 보수 가치를 담은 '위대한 보수 영원한 평화'를 출간하고 서초동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아내와 함께 두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가족의 가치를 담은 '아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이란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러나 '총선용'이라는 논란을 방지하고자 별도의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다.

또한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을 출간했으나 정계 복귀설은 일축했다.

책값을 명분으로 사실상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는 장면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책값을) 봉투로 주면 그 안에 100만원이 있는지 10만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현역 의원이나 대권 주자는 산하 기관을 비롯해 부담을 줄 사람이 많으니 (출판기념회를) 잘 안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