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사이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외교정책들이 한결같이 붕괴했다.

한 달 사이 집중된 외교 참사는 한결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불안한 행보 때문으로 스스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파괴했다는 워싱턴턴포스트(WP) 분석(13일)이다.

지난 9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가질 예정이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국무부 특사가 지난 1년간 힘들게 준비해온 탈레반과의 평화 합의 초안도 보류했다.

이로 인해 아프간에서 폭력 사태가 급증하면서 2020 선거 이전에 아프간으로부터 미군을 철수하려던 계획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무너진 '아메리카 퍼스트', 거듭되는 트럼프 외교 참사"
1주일 후에는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캠페인도 무산됐다.

이란이 후원하는 사우디 유전시설에 대한 폭격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을 배제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통해 자신이 유엔본부에서 이란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협상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용의를 내비쳤으나 이란 측은 이를 무시했다.

지난 2년간 이란에 대해 가해온 압박정책에서 돌변한 것으로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가한 공격행위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했다.

'이란 정권의 공식적 종말' 위협 대신 이제는 이란과의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2주 후에는 스톡홀름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의가 열렸으나 다시금 좌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내세웠던 전면적 비핵화에서 크게 후퇴한 점진적 합의안을 제시했으나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했다.

북한은 추후 협의 일정도 거부했으며 2020년 노벨상을 겨냥한 트럼프의 프로젝트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권을 축출하려던 계획도 지난 4월 실패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궁극적인 합의를 달성하려던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임명한 중동평화특사인 제이슨 그린블랫은 지난달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계속 압박하면서 지난주 부분적 타결을 발표했으나 대부분의 관세는 아직 그대로 있고 그가 호언장담했던 중국에 대한 승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시리아로부터 철군은 가장 최근의 외교 참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주둔 중인 1천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공동 투쟁해온 쿠르드 부족을 '배신'했으나 만약 그가 철회한 아프간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진척시켰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5천여명의 미군이 당장, 그리고 내년 선거 때까지 1만5천명이 귀국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이란과의 무력 대결 대신 협상으로 태도를 전환한 것이나, 아프간 현지 정부에 배신으로 비칠 수 있는 탈레반과의 합의 파기는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이 경고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며 만약 시한 내에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핵탄두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에서 추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며 이슬람국가(IS) 역시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 공격을 틈타 시리아 동부에서 다시금 발호할 수 있다.

트럼프에게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국내의 탄핵 추진 만큼 위협스러운 것은 아닐 수 있으나 미국의 국익에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