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7일 만에 관객 258만 명을 동원한 영화 ‘조커’.
개봉 7일 만에 관객 258만 명을 동원한 영화 ‘조커’.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조커’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영화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내 개봉한 ‘조커’는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8일까지 관객 258만 명을 동원했다. 이날도 예매율 1위를 기록, 관객 3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조커’는 북미 지역 10월 개봉작 중 첫 주말 최고 흥행 기록(9350만달러·약 1조1100억원)을 세웠다. 전 세계 첫 주말 티켓 판매 수익은 2억5810만달러에 달했다.

DC코믹스의 만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이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와 관객들은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호연과 함께 “판타지물의 악당을 현실 속 동정받는 존재로 실감나게 그려내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을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된 네티즌의 관람 후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히스 레저(‘다크나이트’의 조커 역)가 분노와 광기의 단면을 보여줬다면 호아킨 피닉스는 여기에 슬픔과 공허함까지 더했다.” “조커에 대한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다큐를 본 듯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조커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며 “한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계를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극중 조커는 원래 코미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정신질환에다 주변인들의 냉대, 사회보장제도의 중단 등으로 갈수록 고립되다가 그 돌파구를 살인과 폭력에서 찾는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가진 자들의 시선에서는 폭동으로 불리는 반사회적 행동들이 조커의 시선으로 보면 억압된 삶으로부터의 탈출”이라며 “가진 자들만의 웃음 속에 못 가진 자인 조커의 거친 웃음이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평했다.

총기 난사와 폭력, 정신질환자가 등장하는 이 영화의 흥행에 미국 사회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과 경찰은 지난 주말 ‘조커’를 상영한 4300여 개 상영관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2012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당시 콜로라도주의 한 영화관에서 조커에 심취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커’의 흥행으로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아킨 피닉스는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조커 캐릭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캐릭터를 가지고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커와 또 함께할 수 있다면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