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페이스북이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것이고,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와 회사 분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1일(현지시간) 저커버그 CEO와 직원들이 지난 7월 모임 때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모임이 있었던 시기는 페이스북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50억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직후다.

더버지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회사를 분할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워런 같은 사람도 있다”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는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것이지만 (우리는) 그 소송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누군가가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면 격렬하게 달려들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날 공개된 음성 녹음이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 규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례적 사례라고 전했다. 언론 인터뷰나 의회 증언 때와는 다른 면모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저커버그 CEO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정말 끔찍한 것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들이 반(反)독점 관행을 저지르고, 소비자의 사생활을 짓밟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워런 의원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대형 IT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페이스북은 현재 FTC뿐만 아니라 뉴욕주 등 미국 8개 주와 워싱턴DC의 검찰이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도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이 주도해온 가상화폐 ‘리브라’ 연합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리브라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던 비자카드, 마스타카드 등 주요 금융 파트너들이 각국 정부의 부정적 반응에 참여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회사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프로젝트 참여 의사는 밝혔지만 아직 자본 출자 등 법적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