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디자이너 브랜드의 주요 무대는 백화점이었다. 의류는 백화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 정구호, 지춘희, 송지오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 대부분이 백화점을 주력 판매 채널로 활용했다.지금은 무대가 바뀌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백화점 매출이 최근 4~5년 새 뚝 떨어졌다. 해외 명품이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의 자리를 차지했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TV 홈쇼핑이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소비하는 여성 고객이 홈쇼핑에 많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은 들어맞았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TV 홈쇼핑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패션 편중현상 강화국내 주요 TV 홈쇼핑에서 ‘패션 상품 편중’이 심해지고 있다.올 상반기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에서 가장 잘 팔린 상위 10개 품목(수량 기준)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의류 등 패션 제품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과 롯데홈쇼핑에선 10개 중 각각 8개, GS홈쇼핑은 7개, 현대홈쇼핑은 5개였다. CJ오쇼핑은 지난해 히트상품 ‘톱10’ 중 5개가 패션 상품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3개가 더 늘었다. 롯데와 GS도 패션 상품 비중이 더 높아졌다.디자이너 브랜드가 특히 잘 팔렸다. CJ오쇼핑이 작년 8월 선보인 ‘지스튜디오’는 올 상반기에만 약 52만 개가 팔려 나갔다. 단숨에 이 홈쇼핑에서 판매 순위 2위까지 올랐다. 유명 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그는 ‘미스지 컬렉션’이란 백화점 브랜드도 갖고 있다.현대홈쇼핑에서 상반기 판매 6위를 차지한 ‘A&D’도 디자이너 브랜드다. 작년 9월에 처음 나왔고 곧 히트 상품이 됐다. ‘앤디앤뎁’이란 백화점 브랜드를 보유한 김석원, 윤원정 부부 디자이너가 홈쇼핑 전용 상품으로 내놨다.GS홈쇼핑 판매 1위 ‘SJ와니’도 디자이너 브랜드다. 손정완 디자이너 제품으로 2015년 톱10에 든 이후 한 번도 순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GS홈쇼핑이 “TV홈쇼핑 패션은 SJ와니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브랜드다. 팬츠와 티셔츠 등 기본 스타일에서 밍크, 캐시미어, 무스탕 등 고급 소재를 쓴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이들 디자이너 브랜드는 ‘백화점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백화점 디자이너 브랜드를 홈쇼핑에서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구매 버튼을 누른다. 홈쇼핑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에선 너무 비싸 구매할 엄두를 못 냈던 소비자들이 홈쇼핑에서 같은 브랜드 제품이 나오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수요층도 중장년 여성에서 30~40대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헤어제품이 이례적으로 판매 상위에홈쇼핑과 유명 디자이너들의 ‘협업’은 의류에 국한하지 않는다. 요즘은 침구, 신발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롯데홈쇼핑에서 상반기 판매 2위에 오른 ‘마마인하우스By박홍근’은 텍스타일 디자이너 박홍근 씨가 디자인한 것이다. 프리미엄 침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공략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 홈쇼핑 판매 10위를 기록한 ‘나무하나’는 신발 디자이너의 제품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쇼룸을 냈던 이 브랜드는 2012년부터 롯데홈쇼핑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 2월 선보인 ‘멜로우 플랫’은 오래 신어도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헤어 제품이 판매 상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현대홈쇼핑에선 탈모 방지 트리트먼트 ‘헤드스파’가 8위에, 숱이 적은 부위를 가려주는 ‘라라츄 헤어쿠션’이 10위에 각각 올랐다. 특히 라라츄 헤어쿠션은 분당 최대 1000개 넘게 판매되며 새로운 히트 상품이 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집에서 머리를 관리하는 홈뷰티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라며 “특히 외모를 중시하는 남성 소비자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현대홈쇼핑이 국내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한다.현대홈쇼핑은 다음달 1일 호주에 TV홈쇼핑 채널 ‘오픈샵(Open Shop)’(사진)을 개국하고, 24시간 방송을 시작한다고 3일 발표했다.개국 첫해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퍼스 등 호주 5대 도시 470만 가구를 대상으로 방송을 내보낸다.현대홈쇼핑은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말 4500만호주달러(약 360억원)를 투자해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또 호주 1위 민영 지상파 사업자인 ‘세븐네트워크’와 송출 계약을 맺고 채널 75번을 배정받았다.호주는 750만 TV 시청 가주 중 600만 가구가 무료 지상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세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무료 지상파 채널 중 70번대의 시청률은 32%에 달해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현대홈쇼핑은 기대하고 있다.호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3800달러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고, 신용카드와 인터넷 보급률이 90%에 달해 홈쇼핑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빠른 무료 배송, 무이자 할부 등 한국식 TV홈쇼핑 노하우를 접목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오픈샵은 주방 리빙 등 국내에서 상품성을 검증받은 중소협력사 상품을 비롯해 현지에서 선호하는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몰도 운영해 TV홈쇼핑과의 시너지 효과도 높인다는 전략이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현대홈쇼핑이 국내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한다. 현대홈쇼핑은 다음달 1일 호주 TV홈쇼핑 채널 '오픈샵(Open Shop)'이 개국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2월 호주 TV홈쇼핑 시장 진출을 위해 자본금 45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360억원)를 투자해 현지 단독 법인 'ASN(AUSTRALIAN SHOPPING NETWORK, 지분 100% 보유)'을 설립했다.현대홈쇼핑이 호주를 태국·베트남에 이어 해외 TV홈쇼핑 사업지로 선택한 것은 호주의 높은 경제 수준 때문이다. 호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5만3800달러(2017년 세계은행 기준)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다. 신용카드(86%)·인터넷(87%)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등 TV홈쇼핑 사업의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라이브 방송 운영 경험과 빠른 무료 배송 및 배송 속도, 그리고 무이자 할부 시스템 등 '한국식' TV홈쇼핑 서비스 노하우를 통해 차별화에 나설 경우, 호주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정적인 방송 송출을 위해 호주 1위 민영 지상파 사업자인 '세븐네트워크'와 송출 계약을 체결했다. 세븐네트워크는 호주 내 5개 지상파 사업자(공영 2, 민영 3) 중 방송 시청률과 광고 점유율이 1위인 민영 미디어 기업이다. 30 개 무료 지상파 채널 중 8개(7번, 70~74번, 76번, 78번) 채널을 운영 중이다.현대홈쇼핑은 오픈샵 채널을 세븐네트워크가 보유한 채널 중 75번에 배정받아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주 전체 TV 시청 가구(750만) 중 600만 가구가 무료 지상파 채널을 시청하고 있으며, 이 중 세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무료 지상파 70번대(70~74번, 76번, 78번) 채널 7개의 시청률은 약 32%에 달한다. 현대홈쇼핑은 개국 첫 해 무료 지상파 75번 채널을 통해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아델레이드·퍼스 등 호주 5대 도시(470만 가구)에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오는 2021년엔 방송 송출 지역을 유료 지상파 채널까지 포함해 호주 전역(750만 가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생방송 편성 횟수도 개국 첫 해 2회에서 단계적으로 늘려 최대 8회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주방·리빙 등 이미 국내 TV홈쇼핑에서 상품성을 검증 받은 중소협력사 상품을 비롯해 현지에서 선호하는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또 온라인(모바일) 채널도 TV홈쇼핑 채널명과 동일한 오픈샵을 사용해 운영할 방침이다. TV홈쇼핑과의 시너지 및 채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현대홈쇼핑은 오는 2021년까지 호주 TV홈쇼핑 오픈샵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사장은 "경쟁력 있는 현지 방송사업자와의 파트너십과 '한국식' 홈쇼핑 운영 노하우를 통해 오픈샵을 호주시장에서 조기 안착시키겠다"며 "호주 TV홈쇼핑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로 해외 홈쇼핑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