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어도 미래 수요 줄어
재고 쌓이고 폐업·실업 급증
대개의 경제위기 그렇게 촉발돼
경제 튼튼해야 외부 충격 버텨
'정책 대전환' 서둘러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마이너스 금리는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예치금 금리를 연-0.1%로 낮추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어 일본,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이들 마이너스 금리는 모두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한 금리여서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덴마크 은행이 대출 및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고 하고,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거래량이 증가하자 많은 사람이 마이너스 금리를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
대출, 예금, 채권의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관련 있다.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매입을 통해 돈을 푼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지 않는 투자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양(+)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채권을 구매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채권시장의 금리가 -0.6%인데 앞으로 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이 -0.6%의 채권을 구매할 경우 수익률은 플러스가 된다.
채권과 중앙은행 예치금의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및 예금 금리를 가능케 한다. 채권의 시장금리가 -0.6%면, 은행이 -0.6%로 자금을 조달해 -0.5%로 대출해줄 경우 은행은 0.1%포인트 이익을 볼 수 있다. 한편 중앙은행에 예치하면 손해여서 은행은 여유 자금을 대출하려고 한다. 대출을 늘리려면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예대마진이 줄게 되므로 은행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것이 지금 마이너스 금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은행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에 수수료를 매기면 사람들은 예금을 인출해 현금이나 금, 가상화폐 등을 보유할 것이다. 예금 인출이 크게 늘면 은행은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도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자연스러운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의 ‘시간선호’ 때문이다. 시간선호란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1년 뒤 100만원보다 오늘의 100만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1년 뒤에 오늘의 100만원과 등가를 이루는 것은 오늘의 100만원보다 많아야 한다. 이처럼 오늘날 자원의 가치와 미래 자원의 가치 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이자이며, 그 비율이 금리다. 그래서 금리는 언제 어디서나 플러스다.
시간선호에 따라 결정된 금리는 저축과 투자를 조화시킨다. 저축은 현재 소비를 연기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현재 재화보다 미래 재화를 더 많이 요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업은 이에 맞춰 사람들이 저축한 재원을 바탕으로 투자해 미래 재화를 생산한다. 그래서 미래 시점이 되면 기업이 투자해 생산한 재화와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 재화의 수요와 맞아떨어진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조화를 깨뜨려 불황과 경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저축하지 않는(즉 미래 재화를 더 많이 요구하지 않는) 반면, 기업은 투자를 늘려 미래 재화를 많이 생산한다. 그래서 미래 시점에 이르면 재화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진다. 재고가 쌓이고 문을 닫는 기업과 실업이 늘어난다.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부분의 경제위기가 이렇게 발생했다.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자 각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저금리 정책은 경제에 독이 돼 돌아올 것이다. 향후 어떤 경제위기로 닥쳐올지 모른다. 외부로부터 충격을 덜 받기 위해선 건강한 경제가 필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우리 경제가 많이 허약해졌다. 정책 방향을 돌려 경제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