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27)] 몸짓으로 하는 글로벌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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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27)] 몸짓으로 하는 글로벌 소통](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07.15514481.1.jpg)
원래 OK 사인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병사가 상관에게 ‘사망자 없음’을 보고할 때 사용한 동작에서 유래했다. 대부분 나라에서 ‘문제없다’ 또는 ‘좋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몸짓이 브라질, 러시아, 터키에서는 성적인 모욕감이나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국가 간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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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27)] 몸짓으로 하는 글로벌 소통](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AA.20565635.1.jpg)
영국, 호주에서는 손등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V 표시는 ‘뒤집은 평화(reverse peace)’라고 해서 ‘빌어먹을’ ‘뒈져라’ 등 상대방을 모욕하는 표현에 해당한다. 기원은 15세기 북부 프랑스의 노르만과 잉글랜드 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르만인들은 잉글랜드인들이 패퇴하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영국 궁수들의 활 쏘는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잉글랜드인. 그들은 노르만인에게 두 손가락을 손등이 보이게 치켜세워 보임으로써 승리를 자축하고 노르만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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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동양 문화권에서는 대화할 때 상대방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결례라고 생각한다. 특히 연장자와 이야기할 때 그렇다. 그러나 서구와 중동에서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한다. 이곳 사람들은 상대방이 눈길을 피하면 자신을 무시하거나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필자는 ‘눈에 힘주는 후레자식’이 되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까는’ 한국인을 자주 봤다.
또 한 가지는 집게손가락의 사용이다. 서구에서나 동양에서나 물건을 가리킬 때 집게손가락을 사용한다. 사람을 지명하거나 인원수를 셀 때도 검지를 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집게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면 안 된다. 모욕, 비난, 꾸짖음을 의미하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유럽에서는 검지에 독이 있어 연고를 바를 때 검지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미신이 있었다. 또 사람을 향한 검지는 무기를 뜻해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결의의 표시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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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청년이 나이지리아에서 차를 얻어 타기 위해 히치하이크를 하고 있었다. 현지인을 가득 태운 차량이 지나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 미국 청년을 때리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히치하이크를 위해 미국에서 사용하는 ‘엄지 세우기’가 나이지리아에서는 모욕적인 신호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긴장 줄여주는 소통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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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과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소통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한다. 그러나 외국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몸짓 언어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소통은 촉진된다. 불필요한 오해와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몸짓 언어는 고유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전통에 따라 발달해왔다. 몸짓 언어의 이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