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떠난 자리에 '폼페이오 사단'…국무부라인 의사결정 주도할듯
국무부 부장관 기용설 비건 대북특별대표 거취도 주목
美 외교안보라인 재편 속 '원톱' 부상 폼페이오 '막강파워'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및 그 후임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특사 인선 과정에서 워싱턴 정가 및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된 대상은 단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끊임없는 불화설에 휩싸였던 볼턴 전 보좌관이 '퇴출'당한 데 이어 자신의 휘하에 있던 오브라이언을 18일(현지시간) 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맞게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복심 실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외교·안보 분야 영향력을 한층 키우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기용설이 현실화한다면 이번 외교·안보 고위 라인은 그야말로 '폼페이오 사단'이 전면에 포진하는 진용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가 주요 현안에서 주도권을 놓고 파워게임을 벌였던 것과 달리, 이제는 폼페이오 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국무부 라인이 외교·안보 의사결정을 장악하는 구도가 연출되는 것이다.

이번 인선 과정의 최대 승자가 폼페이오 장관이라는 평가와 함께 폼페이오의 '막강 파워'가 예고된다는 얘기가 벌써 도는 배경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이 외교·안보 분야 '투톱'으로 꼽혀왔지만, 이번 인선을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이 실질적인 '원톱'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외에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역학 구도와 맞물려 비건 대표의 거취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비건 대표가 국무부 이인자인 부장관에 발탁될 것이라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이어 AP통신도 당초 볼턴 전 보좌관 후임으로 무게 있게 거론되던 비건 대표가 '후보군 리스트'에서 빠지게 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그를 국무부 부장관으로 '천거'했기 때문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네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최종 낙점한 오브라이언은 국무부 소속으로,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진두지휘를 받던 인사이다.

국가안보보좌관은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니만큼 대통령이 임명만 하면 바로 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10명 안팎의 이름이 볼턴 전 보좌관 후임으로 거론돼온 와중에 폼페이오 장관은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동문인 리키 와델 전 백악관 NSC 부보좌관과 함께 오브라이언을 지원해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브라이언은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차례에 걸쳐 인질 문제에 대해 함께 일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후임 인선을 놓고 참모들과 친구들을 상대로 추천을 부탁했으나 주로 폼페이오 장관의 조언에 의존했다고 CNN방송이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행정부 내에서 안보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의 잦은 갈등 끝에 이뤄진 이번 인선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가장 큰 '발언권'을 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볼턴의 퇴장 및 오브라이언의 발탁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외교안보 분야 의사결정 역할이 견고해졌으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외교정책 참모로서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는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비록 불발되긴 했지만, 이번 인선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국가안보보좌관 겸직설이 불거진 것 자체가 그의 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정치사에서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두 개의 모자'를 동시에 쓴 경우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의 헨리 키신저 전 장관이 유일하다.

일부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현 위상은 당시의 헨리 키신저에 비견할 만하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의 폼페이오 장관도 성향상으로는 원래 '매파'로 분류됐지만, 외교수장이 된 이래' 트럼프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네차례 방북 등을 통해 북미 협상도 총괄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협상 배제를 요구받는가 하면 북측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으로부터 '미국 외교의 독초'라는 원색적 비난도 들었지만, 내부 위상 강화로 건재를 과시함에 따라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를 뒷받침하며 계속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홈그라운드'인 캔자스 지역 출마 가능성도 계속 거론되고 있어 향후 거취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美 외교안보라인 재편 속 '원톱' 부상 폼페이오 '막강파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