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의 2009년 작품인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가 오는 10월 3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소더비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스카이 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오는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될 이 작품은 영국 하원을 그린 것이지만 하원에는 의원들이 아닌 100명의 침팬지가 앉아있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뱅크시가 2009년 브리스틀 박물관 및 미술 갤러리에 전시한 이 작품은 올해 3월 29일 당초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다시 브리스틀 박물관에 전시됐다.

마치 국민투표 후 3년여가 지날 때까지 브렉시트 단행은커녕, 영국이 어디로 향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무능한 의회를 비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스카이 뉴스는 '위임된 의회'가 경매에서 200만 파운드(약 30억원) 가까이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소더비 유럽 현대미술 부문 책임자인 알렉스 브란식은 뱅크시를 "현대판 볼테르"라고 묘사하면서 "당신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느 쪽에 있든지 간에 이 작품이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담아내고 뱅크시를 우리 시대의 풍자적인 논객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 지금보다 적절한 때가 없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뱅크시의 회화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는 지난해 10월 100만 파운드(약 15억원)가 넘는 가격에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됐다.

그러나 낙찰과 동시에 갑자기 경고음 비슷한 게 울리더니 뱅크시의 그림이 액자 밑을 통과하면서 가늘고 긴 조각들로 찢어졌다.

뱅크시는 사건 하루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액자에 분쇄기를 설치하는 모습과 낙찰 직후 그림이 잘려나가는 영상을 올려 사건이 본인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뱅크시는 이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새 영상에서 당초 '풍선과 소녀' 그림 전체를 파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작품은 '쓰레기통 속의 사랑'이라는 새 작품명을 얻었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 등에 그라피티(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를 남기는가 하면,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