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후폭풍이 추석 밥상 앞 화두를 휩쓸었다. 하지만 여야가 해석한 방향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장관을 둘러싼 정쟁을 그만 멈추고 민생을 돌보라는 게 민심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연합뉴스
정치권 ‘아전인수’ 민심 해석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심은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국회가 민생을 돌보길 희망했다”며 “수사는 검찰이 하고, 검찰 개혁은 (법무부) 장관이, 정치와 민생은 국회가 제자리로 돌아가 할 일을 해 ‘조국 블랙홀’을 넘어서라는 게 민심”이라고 전했다. 국민이 ‘조국 정국’이 길어지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하는 국회’를 통해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도 “조 장관 청문 정국을 한 달 가까이 끌어오면서 경제와 민생을 챙기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청문회가 끝난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정치권과 국회는 이제 자기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여론”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 지역구 민심을 청취한 다른 여당 의원들도 조 장관 임명이 이미 이뤄진 만큼 지켜보자는 관망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경남 김해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왕 임명한 조 장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강원 원주가 지역구인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조국 정국에 대한 피로감 토로가 대부분이었다”며 “이제 임명됐으니 지켜보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 수준이었다고 전하며 정권 비판에 열을 올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추석 민심 보고대회’를 열고 “길거리에 나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더니 ‘잘살게 됐다’라는 말은 한마디도 못 들었다”며 “한결같이 ‘한국당이 싸워달라’는 말만 들었다. 문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12일과 14일 서울역에서 ‘조국 임명 철회 1인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정국’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국민의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곽상도 의원은 “대구에선 조국 사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야당이 더 제대로 하라고, 투쟁 강도를 더 높이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진단한 추석 민심에 대해서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정국 혼란마저 야당 탓으로 돌리는 ‘유체이탈’ 민심을 전했다”며 “이 원내대표가 언급한 ‘조국 블랙홀’은 파렴치한 조 장관과 무책임한 청와대, 영혼 없는 민주당의 더러운 정치 테러가 만들어낸 최악의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학재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보고 있다”며 “성난 민심을 받들어 조국 퇴진과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추석 민심 보고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앞줄 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추석 민심 보고대회’에서 황교안 대표(앞줄 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조국 5촌 조카 체포에도 여야 시각차

여야는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지난 14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데 대해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조카 조씨가 자진 귀국한 점을 강조하며 검찰 수사를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검찰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줄 측면이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를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청문회도 끝났겠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됐겠다, 말 맞추기도 얼추 됐겠다 하는 심산으로 들어왔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시선이 많다”며 “검찰이 권력형 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5촌 조카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며 “검찰이 ‘봐주기’를 통해 꼬리 자르기에 협조한다면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