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중앙군사위 신속 소집…적극 대응으로 주민 안심시키려는 듯
대규모 인력 동원 가능한 軍 중심 피해방지 지시
김정은, 태풍 '링링' 대비 직접 챙겨…볼라벤 학습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태풍 방지에 군을 투입한 데에는 그만큼 이번 태풍이 심각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와 달리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민심을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전반적 지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 13호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비상확대회의를 9월 6일 오전 긴급소집하고 국가적인 비상재해방지대책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위원장은 "안일한 인식"에 사로잡힌 당과 정부가 태풍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고 질책하고 군을 중심으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중앙군사위원회까지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나선시 홍수 때도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했지만, 홍수 발생 뒤 피해를 집계하고 복구 대책을 지시하기 위해서였지 이번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2015년 8월 22∼23일 나선시에서 발생한 홍수로 주민 40여 명이 숨지고 가옥 1천여 채와 병원, 학교, 유치원 등의 공공건물 및 철교와 도로 등이 파괴됐다.

또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8월 북한을 관통하며 큰 피해를 준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여름 북한은 볼라벤 등 태풍과 집중 호우로 300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부상 또는 실종됐으며, 살림집(주택) 8만7천280여 가구의 파괴·침수, 이재민 29만8천50여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조선중앙TV는 6일 제13호 태풍 링링의 이동 경로가 볼라벤과 유사하다며 "태풍 13호도 지난시기보다 더한 인적 물적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앙군사위원회 소집에는 태풍 북상으로 불안해할 수 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도 읽힌다.

과거처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식량난과 대북 제재로 이미 어려운 경제가 더 타격을 입으면서 민심이 이반할 수 있다.

반면, 최근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인민을 위한 헌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일심단결과 충성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심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태풍은 역설적으로 내부 결속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태풍을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뱔생할 경우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이행하기 어렵고 이는 하노이 트라우마 이후 어렵게 복원한 통치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면 이를 잘 극복할 경우 통치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투쟁에서 응당한 성과를 거두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며 태풍 피해 방지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군을 "누구도 대신 못 할 나라의 억센 기둥"이라고 치켜세우며 인민군을 주력으로 피해 방지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는 북한 사회에서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단기간에 일사불란하게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이 사실상 군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장비 등 물자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 군이 각종 건설 현장에 동원되고 있으며 과거 태풍, 홍수 때도 피해 복구에 투입됐다.

김정은, 태풍 '링링' 대비 직접 챙겨…볼라벤 학습효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