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주최 토론회
"과로사 입증 책임 유족이 떠안아…도움 주는 기관도 없어"
노동자가 과로로 숨질 경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유가족이 입증 부담을 져야 하는 등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의 배고은 씨는 4일 유가족 모임과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공동 주최로 서울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과로사 노동자의 유가족으로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배씨는 "현행법상 과로사에 대한 객관적 인정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특히 과로 자살의 경우 산재로 승인받기 어렵다"며 "회사는 근로자가 직장 내 문제로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없어 과로사에 대한 모든 입증 책임은 유가족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도 문제가 많다며 "경찰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의 이유나 사망 장소, 평소 대인관계에 관해 물어보고 규격화된 틀에서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재는 어떻게 준비하면 되냐'는 질문에 '경찰서 관할이 아니니 나중에 알아보라'는 식의 대답은 유가족을 더 지치게 한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유가족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산재 신청을 위한 정보 제공을 할 만한 정부 기관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고인을 애도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져 간다"고 부연했다.

배씨는 산업재해 보상·보험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며 ▲ 과로사에 관한 구체적 기준 마련 ▲ 과로사 데이터 구축 ▲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센터 활성화와 심리 치료 지원 ▲ 경찰의 과로사 조사 방식 개선 ▲ 과로사 유가족의 질병판정위원회 참여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