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러운 '애국펀드' 마케팅
NH아문디자산운용이 최근 선보인 ‘필승코리아’ 펀드는 요즘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융투자 상품이다. 이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에 투자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14일 첫선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뒤 주로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가세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2일엔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북도청 농협은행 출장소를 찾아 가입하면서 “손해를 볼 수 있어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민간펀드에 애국하는 마음으로 많은 분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그룹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은 소속 프로골퍼인 이승현, 이가영, 정윤지 프로가 이 펀드에 가입했다고 이날 보도자료를 냈다.

유명 인사들의 펀드 가입 소식이 잇따르면서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애국이 과연 투자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산품 애용 운동은 해당 기업의 실적 개선 등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게 분명한 만큼 장려할 만한 캠페인이 될 수 있다. 미국도 ‘국산품 애용(Buy American)’을 경제정책의 큰 틀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 상품은 ‘애국하겠다’는 마음을 앞세워 투자에 나섰다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캠페인의 대상이 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반도체 소재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방침 발표 이후 7월 들어 잠깐 급등세를 탔다가 이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성장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한 종목들이지만, 단기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떨어졌다”며 “나라면 지금 같은 주가 수준에선 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은 대박’이란 캐치프레이즈에 맞춰 2014년 잇따라 선보였던 ‘통일펀드’들의 성적표는 수익성이란 금융투자 상품의 본질보다 정치적 시류에 편승해 나온 상품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4년 3월 출시된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0.61%에 불과했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한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필승코리아 펀드가 좋은 결과를 내면 다행일 것”이라면서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국민에게 애국이란 이름으로 손실 가능성을 짐 지우는 게 정치인과 금융회사가 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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