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토관리청 다리공사로 하중도 흙 준설…주민 "자연 훼손"
물수리·혹고니·수달 찾는 포항 형산강 공사에 신음
경북 포항을 가로지르는 형산강 중간 지점에 있는 하중도에는 굴착기 4대가 흙을 퍼내느라 한창이다.

옆에는 임시 물막이 위에 설치된 펌프가 안에 있는 물을 밖으로 빼내고 있다.

이곳에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하천환경정비작업을 위해 2016년 12월부터 2021년까지 310억원을 들여 낡은 취수장보를 교체하고 380m 길이의 자전거통행을 겸한 인도교를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형산강 북쪽에 교각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강 남쪽에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임시 물막이를 만들고 있다.

임시 물막이가 있어야 교각을 설치하는 중장비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임시 물막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을 기존 하중도에 쌓인 흙을 이용하기로 하고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형산강 하중도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나 천연기념물이 중간에 들르거나 서식하는 곳이란 점이다.

형산강 유역에는 흰꼬리수리, 물수리와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나 천연기념물인 혹고니가 매년 날아와 머물다 간다.

대백로나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등 비교적 흔한 새도 하중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형산강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어서 플랑크톤과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하고 하중도가 형성돼 사람 위험 없이 자유롭게 쉴 수 있어 새들이 많이 찾는다.

게다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이나 삵 배설물도 발견되기도 해 많은 생태 사진작가와 환경단체가 이곳을 찾아 보호와 보전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중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주민은 "하중도가 없어지면 앞으로 물수리나 흰꼬리수리 등이 형산강에 찾아오겠느냐"며 "자연을 정비한다면서 오히려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국토관리청은 다리 건설을 위해서는 하중도를 준설한 흙으로 임시 물막이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새 보호를 위해 하중도 하류에 작게 형성된 모래톱은 건드리지 않고 나중에 인공섬으로 만들기로 했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사후 환경조사를 하고 있고 문제가 없도록 공사하겠다"고 말했다.

물수리·혹고니·수달 찾는 포항 형산강 공사에 신음
물수리·혹고니·수달 찾는 포항 형산강 공사에 신음
물수리·혹고니·수달 찾는 포항 형산강 공사에 신음
물수리·혹고니·수달 찾는 포항 형산강 공사에 신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