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양국이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면서 일본 내에서 과도한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日, 美에 '퍼주기 협상'…中이 거부한 옥수수 사주기로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뒤 이같이 발표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 유엔 총회에서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은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삭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합의로 70억달러 규모의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산 소고기 등에 부과되는 일본의 관세율은 현재 38.5%에서 9%까지 낮아진다.

반면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한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 및 부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아베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무역협정과 별개로 미국산 옥수수 250만t을 추가 수입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미국 여러 지역에 옥수수 재고가 많다”며 “일본이 모든 옥수수를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아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NHK방송은 ‘중국이 수입하지 않는 미국산 옥수수, 일본이 삽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일 정상의 박빙(薄氷) 밀월”이라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