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기업이 다른 국내 기업이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한 금액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41.2% 줄어들었다. 대기업집단 기업결합 금액은 74.5%나 감소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대형 M&A를 주저한 데다 영업양수도 등을 수반하는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마무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대기업 기업결합 급감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27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66건)와 비슷했지만, 금액은 21조6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41.2% 감소했다. 계열사 간 사업조정을 의미하는 ‘계열사 간 기업결합’ 금액은 15조3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71.2% 줄었다. 건수도 30.2%(109건→76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 금액(6조3000억원→8조3000억원)과 건수(157건→194건)는 각각 31.7%, 23.6% 늘었다. 특히 외국 기업을 결합한 건수(4건→11건)와 금액(3000억원→1조4000억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수에 나선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A를 둘러싼 대기업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올 상반기 기업결합 금액(16조5000억원→4조2000억원) 및 건수(107건→77건) 감소율은 각각 74.5%와 28.0%로 전체 시장보다 훨씬 가팔랐다.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사들인 금액은 61.1% 쪼그라들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대내외 불확실성마저 커지자 상당수 대기업들이 대형 M&A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M&A를 심사하고 있는 데다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M&A도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하반기 기업결합 신고금액 등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