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확장하면 지역상인들 반발
10년간 직원 3만5천명 늘렸지만
이젠 인력 구조조정 걱정할 판
유통은 대규모 고용 창출 산업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롯데,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을 했다.
신세계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늘린 직원 수만 3만5000명이 넘었다. 10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롯데도 같은 기간 직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임직원 수 증가율이 91%에 달했다. 신규 채용 인원은 5만 명에 가까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매년 1만 명씩 고용을 늘리겠다”고 자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이 약속을 할 때 큰 그림을 그렸다. ‘대형마트는 어려워지고 있지만 신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이를 만회한다’는 전략이었다. 초대형 쇼핑몰 스타필드를 인천, 경남 창원 등 전국 곳곳에 세우고,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이마트 자체상표(PB)만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 편의점 이마트24 등도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되면 고용 창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정 부회장은 판단했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었다. 스타필드만 해도 그렇다. 신세계는 2017년 창원에 스타필드를 지을 땅을 구입했다. 그러자 땅 주변에 곧바로 현수막이 내걸렸다.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반대’란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이슈가 됐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 내부적으로 ‘그룹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가 큰 사업이다. 지역 시장 상인들조차 “노브랜드 전문점을 우리 시장에 내달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를 모으는 능력을 검증받았다.
실제 노브랜드 전문점 중 9곳은 충남 당진 어시장 등 지역 시장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3년 만에 매장 수가 200개를 넘어서자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브랜드 전문점 인근 상인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올 들어 노브랜드 전문점 출점은 크게 둔화됐다.
정 부회장은 결국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서부지역에서 24개 프리미엄 슈퍼를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했다. 임직원 수가 3100명에 이른다. 올 연말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고급 슈퍼 PK마켓을 열 계획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마트 매장을 추가로 내기로 했다. 국내에선 사업 확장이 힘들다고 본 것이다. 그는 사석에서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배운 게 있다. 규제가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해야 어려울 때 철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미국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가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들의 국내 고용 창출이 감소하는 악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