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예측지표로 '장단기 금리 차' 얼마나 믿을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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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발생 예측률 높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확률 떨어져
美 경기논쟁 10년째 '현재진행형'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금융위기 이후에는 확률 떨어져
美 경기논쟁 10년째 '현재진행형'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돼 온통 난리다. 전후 최장의 성장국면을 기록하자마자 미국 경제에 ‘R(recession·침체)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중국, 독일, 한국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기마저 흔들린다면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왔던 ‘세계 경기 10년 장기 호황’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첼의 경고’다.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자 다우존스지수도 8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시장 분할 이론’, ‘기대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돼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은 실물경기에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보다 ‘변화(change)’가, 기간별로는 3개월물과 10년물보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가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가 되는,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 구루가 뉴욕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 판단을 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모델이란 장단기 금리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같은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19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Fed 내에서도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믿는 금리결정위원(지금은 친트럼프 인사)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매각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지 못한 여건에서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지난 10년간 어렵게 회복시켜 놓은 경기를 다시 망치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전 Fed 의장, 그리고 현재 일부 Fed 금리결정위원은 ‘과잉 저축’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왜곡됐다는 시각이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돈이 많이 풀렸을 때 수익률 곡선으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오히려 ‘그린스펀 실수’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금융위기를 저지른 주범으로 몰리면서 붙여진 이 용어의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해야 한다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실제로 행동에도 옮겼다.
그린스펀 독트린대로 미국은 2004년 초까지 정책금리를 연 1%까지 내렸다가 이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중국의 미국채 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버냉키 등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과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다한 유동성 때문에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맹신해 출구전략 추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을 때 출구전략을 정상대로 추진해야 나중에 닥칠 침체국면에서 Fed가 운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벌어질 수익률 곡선과 경기 논쟁의 핵심이다. 판단은 쉽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경기 진단을 놓고 ‘21세기 블로그 전쟁’이라 불렸던 버냉키 전 의장과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간 설전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금리도 조만간 마이너스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예상을 그냥 웃고 넘겨야 할 상황만은 아니다.
증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첼의 경고’다.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자 다우존스지수도 8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시장 분할 이론’, ‘기대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돼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은 실물경기에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보다 ‘변화(change)’가, 기간별로는 3개월물과 10년물보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가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가 되는,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 구루가 뉴욕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 판단을 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모델이란 장단기 금리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같은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19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Fed 내에서도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믿는 금리결정위원(지금은 친트럼프 인사)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매각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지 못한 여건에서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지난 10년간 어렵게 회복시켜 놓은 경기를 다시 망치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전 Fed 의장, 그리고 현재 일부 Fed 금리결정위원은 ‘과잉 저축’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왜곡됐다는 시각이다. 금융위기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돈이 많이 풀렸을 때 수익률 곡선으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오히려 ‘그린스펀 실수’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금융위기를 저지른 주범으로 몰리면서 붙여진 이 용어의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해야 한다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실제로 행동에도 옮겼다.
그린스펀 독트린대로 미국은 2004년 초까지 정책금리를 연 1%까지 내렸다가 이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중국의 미국채 매입 등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 간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버냉키 등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과잉 저축과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과다한 유동성 때문에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맹신해 출구전략 추진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을 때 출구전략을 정상대로 추진해야 나중에 닥칠 침체국면에서 Fed가 운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벌어질 수익률 곡선과 경기 논쟁의 핵심이다. 판단은 쉽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경기 진단을 놓고 ‘21세기 블로그 전쟁’이라 불렸던 버냉키 전 의장과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간 설전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금리도 조만간 마이너스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예상을 그냥 웃고 넘겨야 할 상황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