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루레인' 연출 "인간 주무르는 법·돈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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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각색…탄탄한 캐릭터 돋보여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80)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블루레인'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베일을 벗었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블루레인'은 원작의 '존속 살해'라는 소재를 현대로 가져와 악(惡)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받아 올해 정식 무대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추정화(46) 연출은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 제작 과정과 숨은 의미를 소상히 설명했다.
극은 아버지 존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며 출발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장남 테오. 그의 배다른 동생이자 변호사인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테오와 루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런 트라우마를 아는 동생은 형이 진짜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다, 과연 악인을 죽이는 게 나쁜 일인지 혼란에 빠진다.
추 연출은 "제가 어렸을 때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범죄 사건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끝 갈 데 없는 범죄를 보며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악해질 수 있는지,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통해 담고 싶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다룬 뮤지컬은 많다.
작년에만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두 편이 대학로에서 맞붙었다.
연출가로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지점이다.
'블루레인'이라는 제목도 극 중 노래 가사에서 따왔는데,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추 연출은 "사실 이 원고를 쓴 지 오래됐다.
아무도 (투자를) 안 해줘서 혼자 갖고 있다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카라마조프'는 못 봤지만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봤다.
원작을 정말 충실히 분석하고 녹여내 감탄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현대적인 제 이야기에 힘이 실릴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추 연출의 설명처럼 극의 배경은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도, 그렇다고 한국도 아니다.
1997년 7월 미국 유타주(州)다.
1973년생인 추 연출이 대학생 시절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혼란이 묻어나는 시대 설정이다.
"자본주의 한복판인 미국, 거기서도 종교적 가치가 중요한 유타(유타주는 모르몬교의 성지다)에서 선(善)과 악(惡)을 말하고 싶었어요.
부유한 아버지 존은 돈을, 변호사 아들인 루크는 법을 상징합니다.
오늘날 사람을 주무르는 게 돈과 법이잖아요.
돈과 법을 성경처럼 짊어지고 사는 두 부자가 범죄를 통해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어요.
"
'블루레인'은 무대미술 측면에서도 독특하다.
세트라고는 의자 6개와 어항이 전부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뚝 떨어진 공간을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로만 채운다.
처음에는 예산 제약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나중에는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게 됐다.
추 연출은 "처음에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세트 하나 없이 어떻게 꾸릴지 막막했다.
그러다 창작진들을 설득했다.
마당놀이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안무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건 의자뿐이니 멋진 춤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멋지게 구현됐다"고 회고했다.
언뜻 무대는 거대한 어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 연출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神)의 거대한 어항 아니겠냐고 선문답을 던졌다.
"어항에 사는 물고기나 우리 인간이나 그저 노닐다 가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어항을 내려다보듯, 지금도 신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요.
"
주인공 테오 역에 이창희와 이주광, 루크 역에는 임병근과 박유덕이 캐스팅됐다.
악한 아버지 존은 김주호, 박송권이 연기한다.
공연은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80)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블루레인'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베일을 벗었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블루레인'은 원작의 '존속 살해'라는 소재를 현대로 가져와 악(惡)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받아 올해 정식 무대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추정화(46) 연출은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 제작 과정과 숨은 의미를 소상히 설명했다.
극은 아버지 존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며 출발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장남 테오. 그의 배다른 동생이자 변호사인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테오와 루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그런 트라우마를 아는 동생은 형이 진짜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다, 과연 악인을 죽이는 게 나쁜 일인지 혼란에 빠진다.
추 연출은 "제가 어렸을 때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범죄 사건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끝 갈 데 없는 범죄를 보며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악해질 수 있는지,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통해 담고 싶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다룬 뮤지컬은 많다.
작년에만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두 편이 대학로에서 맞붙었다.
연출가로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지점이다.
'블루레인'이라는 제목도 극 중 노래 가사에서 따왔는데,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추 연출은 "사실 이 원고를 쓴 지 오래됐다.
아무도 (투자를) 안 해줘서 혼자 갖고 있다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카라마조프'는 못 봤지만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봤다.
원작을 정말 충실히 분석하고 녹여내 감탄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현대적인 제 이야기에 힘이 실릴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추 연출의 설명처럼 극의 배경은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도, 그렇다고 한국도 아니다.
1997년 7월 미국 유타주(州)다.
1973년생인 추 연출이 대학생 시절 겪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혼란이 묻어나는 시대 설정이다.
"자본주의 한복판인 미국, 거기서도 종교적 가치가 중요한 유타(유타주는 모르몬교의 성지다)에서 선(善)과 악(惡)을 말하고 싶었어요.
부유한 아버지 존은 돈을, 변호사 아들인 루크는 법을 상징합니다.
오늘날 사람을 주무르는 게 돈과 법이잖아요.
돈과 법을 성경처럼 짊어지고 사는 두 부자가 범죄를 통해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어요.
"
'블루레인'은 무대미술 측면에서도 독특하다.
세트라고는 의자 6개와 어항이 전부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뚝 떨어진 공간을 배우들의 몸짓과 소리로만 채운다.
처음에는 예산 제약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나중에는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게 됐다.
추 연출은 "처음에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세트 하나 없이 어떻게 꾸릴지 막막했다.
그러다 창작진들을 설득했다.
마당놀이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안무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건 의자뿐이니 멋진 춤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멋지게 구현됐다"고 회고했다.
언뜻 무대는 거대한 어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 연출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神)의 거대한 어항 아니겠냐고 선문답을 던졌다.
"어항에 사는 물고기나 우리 인간이나 그저 노닐다 가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어항을 내려다보듯, 지금도 신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요.
"
주인공 테오 역에 이창희와 이주광, 루크 역에는 임병근과 박유덕이 캐스팅됐다.
악한 아버지 존은 김주호, 박송권이 연기한다.
공연은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