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으로 치닫던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맞대응 카드를 언제 쓸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백색국가 제외 등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실제 시행 여부와 시기 등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마자 WTO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르면 이달 초 제소를 결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7일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 중 1건에 대해 허가를 내준 이후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의 부당성을 증명할 주된 법적 근거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11조가 꼽힌다. 무역 상대국에 대해 수출입을 금지하거나 수량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한국은 일본이 3개 소재에 대해 3년에 한 번만 심사하는 ‘포괄허가’에서 건건이 심사하는 ‘개별허가’로 바꿈으로써 수출량을 사실상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이 추가 허가 사례를 늘려 수출량이 별로 줄지 않는다면 우리의 주장은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일본이 개별허가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을 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 방안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 전략물자 수출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을 우리도 똑같이 되돌려주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를 감행할 경우 우리도 국제규범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때 일본에 타격을 줄 만한 품목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고민이 많기는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자국 내에서마저 ‘우회 수출’ 등 대한(對韓) 규제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