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트럼프 책임론' 무마하려다 논란 부추겨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전 지도자는 "옳은 말 했다"며 두둔
美폭스 앵커 "백인우월주의는 날조" 주장하다 여론 뭇매
미국의 대표적 '친(親)트럼프' 매체로 꼽히는 폭스뉴스 유명 진행자가 '백인우월주의'의 위험성이 과장·날조됐다고 주장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전날 방송에서 백인우월주의가 미국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모든 백인우월주의 단체 구성원을 모두 모아도 대학 미식축구장 하나를 채울 수 있겠느냐"면서 "'백인우월주의가 문제'란 것은 날조(hoax)다.

러시아 (스캔들) 날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한때 국가를 분열시키고 권력을 유지하는 데 쓰였던 음모론"이라면서 "그들은 (백인우월주의가 문제라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이것은 선거 주기마다 그들이 사용하는 화두"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청을 높이고,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하는 등 인종차별적 막말을 쏟아내 왔다.

그의 발언은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내년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으나 백인우월주의 색채가 짙은 총격참사와 맞물려 심각한 역풍에 직면했다.

美폭스 앵커 "백인우월주의는 날조" 주장하다 여론 뭇매
칼슨의 발언은 난관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불린다.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밀착 동행 취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칼슨은 오히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칼슨이 방송을 자신의 편견을 강요하는 자리로 활용했다며 "이는 혐오스러운 행위다.

주요 뉴스 네트워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들을 매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의 마이클 맥개리티 대테러 담당 차장은 올해 5월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수사 중인 미국 내 테러 관련 사건이 850여건에 이르며, 이중 상당수가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극단적 인종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주의연구소는 2016년 미국에서 발생한 극단주의와 편견에 의한 살인사건 65건 중 백인우월주의나 극우에 의한 경우가 3건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22건 중 17건이 백인우월주의나 극우에 의해 벌어졌고 올해는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와중에 백인우월조직 '큐 클럭스 클랜'(KKK) 지도자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칼슨을 지지하고 나섰다.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터커가 옳다.

수백만 명의 백인 활동가는 '우월주의자'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민족도 억압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반(反)백인 인종주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칼슨의 발언이 촉발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