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막을 올린 가운데 미국에서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Fed가 금리를 내려 대중 환율전쟁에 나선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장에서도 무역전쟁으로 커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연내 두 번까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Fed가 연말 전에 최소 0.75%포인트 또는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한 차례 금리를 내린 Fed에 구체적 인하폭까지 제시하며 추가 압박을 가한 것이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해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너무 지나친 조치로 성장률을 희생시켰다”며 “모든 사람이 Fed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장도 금리 인하를 희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둔화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2020년 대선이 끝나기 전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리스크에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까지 있어 시장은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며 “오는 10월 0.25%포인트 등 총 0.7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Fed 인사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Fed의 대표적 ‘비둘기파’인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AFP통신에서 “Fed가 무역전쟁의 변화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Fed가 지난 1월 통화정책 스탠스를 되돌린 뒤 금리를 한 차례 내렸지만 아직은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말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