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그린스펀·버냉키·옐런 등 4명 전직 수장, WSJ에 공동기고
트럼프 노골적 연준 공격에 반격 나선듯…"해임·강등 위협 없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을 지낸 4명의 역대 의장들이 이례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촉구, 옹호하는 목소리를 함께 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미국은 독립된 연준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통해서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4명의 연준 전 의장들이 공동 기고에 참여했다.
전직 美 중앙은행 의장들 "정치압력서 자유로워야"…독립성 방어
이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연준과 의장이 단기적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이, 특히 정치적 이유를 위해 해임이나 강등의 위협 없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활동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는 확신에 있어서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이 단기적 정치적 압력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건전한 경제 원칙과 데이터에만 의존할 때 경제가 강하고 최상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봐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지도자들이 선거철에 즈음해 단기적 경제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실행을 중앙은행에 요구해온 많은 예가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필요보다 정치적 필요에 기초한 통화정책은 결국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를 포함해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것을 많은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임 시절 자신들의 결정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런 결정은 단기적 정치적 이득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미 국민의 장기적 경제적 이해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비당파적, 비정치적 평가의 산물로서 더 나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연준은 의회에 의해 충분히 견제되고 있다면서 "연준이 소규모 정치집단의 이해가 아닌 최상의 국가 이해에 기초한 결정을 하는 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역대 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기고는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기준금리 기조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연준은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왔으며,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 지난달 31일에는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파월 의장과 연준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인하)이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면서 "늘 그렇듯이 파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연준이 0.2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장기적 인하 사이클이 아닌 "'중간-사이클'(mid-cycle) 조정"이라고 밝히자, 향후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연준을 비판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이 2월 파월 의장의 의장직만 박탈하고 연준 이사직은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지난 6월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