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해 비상 회의를 열었다.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을 긴급 점검하는 자리였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소월로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를 주재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계열사 CEO들이 매달 마지막 주에 모여 현안을 조정하는 그룹 내 최고 의사 조정기구다. 통상 조대식 의장이 주재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월초에 열린 데다 최 회장이 직접 주재했다. 회의 소집도 지난 주말 최 회장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에선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이 큰 영향을 받는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CEO들에게 ‘각 계열사들은 자기 위치에서 모두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에도 힘을 쓰자’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서 예상되는 타격과 대응책을 분석하고, 일본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에 나선 뒤부터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수시로 보고받고 대응책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에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해법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최 회장의 일본 방문 일정이 잡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김동섭 대외협력총괄사장 등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현지 기업들과 접촉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