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에서 홍콩이 아닌 선전(深천<土+川>)이 그 중심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주재로 열린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회의에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범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선전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것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선전은 혁신에 중점을 둔 개발 전략을 가속하고 높은 질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대담한 자체 개혁을 단행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중국 정부의 야심 찬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에서 홍콩이 아닌 선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구 계획은 중국 정부가 선전, 광저우 등 광둥(廣東)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을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이 특별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구 경제권이 구축되면 총인구 6천800만 명, 국내총생산(GDP) 1천600조원의 거대 경제권이 형성된다.
이는 한국의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이 야심 찬 계획에서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심도시로, 마카오는 관광 허브로, 광저우는 대만구의 내륙 중심도시로, 선전은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각각 조성된다.
각자의 역할을 줬지만, 아무래도 금융과 무역, 물류의 중심인 홍콩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러한 계획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샤오빙 중국 난카이대학 교수는 "홍콩이 우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정부는 홍콩의 혼란이 가라앉고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을 승리로 이끌 혁신의 중심 기지를 서둘러 건설하려는 계획에서 선전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우위가 법치주의에 있다는 점에서 선전의 변모가 시도된다면 이는 단순히 성공한 상업 지역이 아닌, 경쟁력 있는 법과 제도가 실현되는 지역을 꾀하려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항대학의 톈페이룽 교수는 "장래에 대만구 개혁개방의 초점은 홍콩이 아닌 본토 도시에 맞춰질 것"이라며 "홍콩의 전통적 우위는 쇠락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홍콩에 정책을 적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의 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선전은 7.6% 성장을 달성해 처음으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도쿄, 서울, 상하이, 베이징에 이은 경제 규모 5대 도시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