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꾸준히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우량기업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영구채는 정해진 만기가 없거나 발행기업의 판단에 따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계속되는 금리 하락…우량기업 영구채 갈수록 인기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30일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연 3.4%의 금리로 발행한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앞서 제시한 희망금리 범위 최상단(연 3.7%)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신용도가 우량한 고금리 채권이란 점을 눈여겨본 기관들이 물량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27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대구은행의 영구채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다. 매수주문의 대부분인 2400억원이 증권사 소매판매부서를 통해 들어왔다. 인수 물량을 단위 농협이나 수협 등 서민 금융기관이나 개인들을 대상으로 되팔기 위한 수요다.

한화생명과 우리금융지주도 이달 풍부한 투자수요에 힘입어 각각 5000억원어치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연 3.69% 금리로 발행된 한화생명 영구채엔 76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발행금리가 연 3.49%였던 우리금융지주 영구채에도 6470억원의 ‘사자’ 주문이 몰렸다. 우리금융지주는 당초 35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했으나 넉넉한 수요가 모이자 발행금액을 대폭 늘렸다. 신용등급은 한화생명 영구채가 ‘AA’, 우리금융지주가 ‘AA-’다.

일반적으로 영구채는 발행기업의 청산으로 원리금을 돌려받을 때 우선순위가 다른 선순위 채권에 밀린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은 발행기업의 자체 등급보다 낮고 금리는 높다. 발행기업이 보통 5년 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5년 만기 고금리 채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비교적 긴 만기나 콜옵션 미행사 위험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비우량기업 회사채보다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던 BBB급(신용등급 BBB-~BBB+)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우량기업 영구채 금리마저 밑도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최근 두드러지게 악화하면서 비우량 회사채의 투자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떨어진 상태”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만기가 조금 더 길더라도 우량등급 영구채가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