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가 정부에 내년도 확장 예산 편성을 공격적으로 주문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재정 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기업 실적이 꺾인 데다 세법 개정 여파로 내년도 세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도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26일 지도부의 재정 확장 주문에 대해 “내년 세수 전망이 녹록지 않아 확장 재정을 무조건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결국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가 채무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부처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내년 예산 증가율은 6.2%(498조7000억원)지만 여권은 ‘9.5% 이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안보다 3.3%포인트(16조원) 이상 더 늘리라는 것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3일 “내년 예산을 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내부적으로 내년 세수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5일 재정 확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경제 하방 상황에 세수도 지출도 모두 줄이면 우리 경제가 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민간경제 위축으로 세수가 줄어들 것을 감안해 재정효율성도 준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우려는 무엇보다 올해 기업 실적이 꺾인 여파가 내년 세수에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50%, 78% 감소(증권가 컨센서스 기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25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은 향후 5년간 세수 4680억원이 줄어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수는 그대로인데 씀씀이만 커질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진다. 증가율이 6.2%인 각 부처 요구안만큼 국가 채무가 더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국가채무/국내총생산)은 작년 기준 35.9%에서 36.5%로 0.9%포인트 증가한다.

야당은 정부의 확대 재정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재정 확대란 명목으로 퍼부었지만 생산, 투자 등 민간 경제 활동은 오히려 나빠졌다”며 “정부 재정 확대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도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