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이 공식 개장한 이후 새로 억만장자에 오른 사람이 잇따르고 있다. 거래 첫날 상장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면서다. 하지만 이튿날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문을 연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40% 뛰었다. 일부 종목 주가는 장중 최고 52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3개 기업 대주주가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쑤저우HYC 지분 74%를 보유한 천원위안 회장은 주가가 129% 상승하면서 지분가치가 24억달러(약 2조8300억원)로 뛰었다. 배터리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저장항커기술의 주식 68%를 갖고 있는 차오지 회장 자산은 22억달러로 늘었다. 시각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업체인 아크소프트 지분 34%를 소유한 덩후이 회장도 주식가치가 13억달러로 증가했다.

화려하게 출발했던 커촹반에서 23일 4개 종목을 제외하고 21개 기업 주가가 하락 마감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열차제어시스템 개발업체 중국퉁하오로 전날보다 18% 이상 하락했다. 전날 공모가 대비 네 배 폭등했던 반도체 소재 제조기업 안지커지는 9%가량 내려갔다.

거래 이틀 만에 주가가 널뛰기하자 시장에선 그만큼 커촹반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며 기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커촹반 기업들의 공모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되면서 고평가 우려가 많았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를 넘는 주식은 고평가됐다고 보는데,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기업의 공모가 기준 PER은 평균 50배에 달했다.

커촹반은 상하이거래소에 신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기존 상하이 및 선전증시와 달리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상장 후 5거래일간 주가 등락폭에 제한이 없다. 이후부터는 하루 등락폭이 20%로 제한된다.

또 2년 이상 증시 투자 경험이 있고 50만위안(약 8560만원) 이상 자금을 가진 전문투자자만 커촹반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인은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는 가능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