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 개 동네마트를 회원으로 둔 한국마트협회가 서울시의 지급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제로페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21일 “동네마트가 적용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 수수료율을 따져보니 일반 카드사 수수료율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참여 거부 이유를 밝혔다.
동네마트 4000곳 "제로페이 참여 안 한다"
체크카드보다 수수료율 높은 제로페이

한국마트협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현행 제로페이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제로페이 사업의 혜택을 받기 힘들어서다.

제로페이로 결제했을 때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다. 직전연도 매출이 8억원 이하면서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어야 한다.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인 가맹점 중 직전연도 매출이 8억원을 초과하는 곳은 0.3%, 12억원을 초과하는 곳은 0.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국마트협회 회원들은 연간 매출 기준으로는 8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곳이 상당수다. 하지만 상시근로자 기준 때문에 수수료율 ‘제로(0)’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국마트협회 회원 대부분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한국마트협회 회원들은 제로페이 시스템에서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된다. 일반 가맹점은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수수료율 1.2%를 적용받는다. 카드사들은 연간 매출 10억원까지는 최대 1.1% 수수료만 받는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제로페이에서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될 경우 체크카드 결제를 받았을 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한 소형마트 점주는 “최근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직전연도 매출액이 몇천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상시근로자가 많다는 이유로 제로페이에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가맹점주들은 제로페이로 결제했을 때 결제 금액을 일일이 앱(응용프로그램)에 기입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사 부담만 커져”

지난 5월 말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23만 개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76억원을 편성해 가맹점 수를 연말까지 50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사 가맹점 수인 300만 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금융업계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저조한 참여로 사업 취지는 살리지 못한 반면 금융회사의 부담만 커지고 있어서다. 제로페이는 출범 직후부터 ‘관치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5월 전국 4만여 개 편의점에서 결제를 시작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결제사와 편의점에 내도록 했다. 중기부는 제로페이를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제로페이 참여 기업에 사별로 10억원대 출연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한 제로페이에 낼 돈으로 같은 금융그룹 내 카드사 고객을 늘리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