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반려견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의 어머니는 혼자 살면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원래 개를 싫어했는데 지금은 딸처럼 키우고 있다. 매일 강아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잠도 함께 잘 정도라고 한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산책도 하고 고향 친지를 방문할 때면 하루 정도만 머문 뒤 집으로 돌아온다. 반려견 때문이다. 강아지가 혼자 있으면 잘 먹지도 않고 대소변을 방과 거실에서 보면서 자신을 데려가지 않았다고 심통을 부린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 사례를 보니 일본과 영국 등에서는 독거노인이 반려견과 동거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독거노인들이 반려견을 키우며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기 때문에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면 사료값까지 정부가 지원해준다. 반려견을 키우면 노인들도 산책을 많이 해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사료값을 지원해주는 것이 노인들을 위한 의료비 지출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지인의 반려견에게 고관절 병이 왔다. 뒷다리에 신경마비가 온 것이라고 한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첫날 치료비용으로 25만원이 나왔다. 수의사에게 왜 치료비용이 비싼지 물어보니 반려견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시불로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견을 가족같이 키우기에 어쩔 수 없이 지불했지만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반려견 치료비로 1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그러고 나서야 개가 보행을 할 정도가 됐다. 그는 반려견을 6년 전 5만원의 책임비만 지불하고 입양해왔다. 반려견을 키우는 데는 사료값과 예방주사비, 미용비가 고정적으로 든다. 특히 이번처럼 고관절 치료 등을 하면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너무나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반려동물 의료비용 지출이 큰 부담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거나 병든 반려견들이 길가에 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어린 자녀와 독거노인의 육체와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반려동물 치료비에 적정한 가격이 정해졌으면 한다. 가격표가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국세청에서는 동물병원 원장을 고액 탈세자에 포함해 조사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적절한 치료비용 기준이 정해져 버려지는 동물이 없어지면 좋겠다.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어르신들이나 환자들의 말벗이 되고 산책을 함께하는 반려견이 언제나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