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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경청(敬聽)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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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길 < 바이네르 대표 polomanias@naver.com >
    [한경에세이] 경청(敬聽) 경영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 어디서든 지갑을 먼저 연다면 환영받겠지만 언제든지 지갑이 두둑해야 가능한 일이다. 입을 닫아야 한다는 문구에 공감하는 얘길 해보겠다.

    아직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해봐야 관계만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조언은 내 말을 수용할 만큼 내게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해야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내용의 말이라도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모임을 나가 보면 사람들은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면 발언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럴 때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끝내도록 “그래서요?”라고 추임새를 넣어주곤 한다.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내게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꾹꾹 누르며 내 의견을 먼저 내놓기보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한다. 회사 대표로서 해야 할 말이 있지만 너무 나서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직원들은 오히려 입을 닫게 된다. 기업 경영에서 직원들의 창의성은 중요하다. 회사 대표가 말을 많이 하는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대표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회사 분위기가 조성된다. 대표는 칭찬하고 격려하며 지갑을 잘 열기만 하면 된다.

    고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젠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오랫동안 우리를 찾는 단골은 매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사소한 부분까지 회사가 충족시켜줄 때 감동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20년간 지속된 정보기술(IT) 시대가 저물고 앞으로 30년간 데이터기술(DT) 혁명에 기반한 새로운 인터넷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마 회장에 따르면 ‘DT 시대’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줄 아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다. 100년 넘는 경영을 생각하는 기업인이라면 “기술이 뛰어난 기업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는 기업이 더 두렵다”고 한 마 회장의 말을 새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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