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문화협회, 밀라노 심장부 '팔라초 모란도'에서 전시회
박선희 회장 "전 세계 패션 중심지에서 한글의 우수함 알리고 싶어"

"한국하면 K팝만 떠올렸는데, 이렇게 독창적인 문자를 이용한 패션도 아름답네요.

"(이탈리아 패션 기자 루이사 에스파네트)
전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최고의 패션·이미지 박물관에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한글을 주제로 제작한 의상들이 입성해 현지 문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성넘치는 한글 의상들, 伊밀라노 최고 패션박물관 수놓다
밀라노 최고의 명품 거리로 꼽히는 몬테 나폴레오네의 지척에 자리한 '팔라초 모란도'에서 9일(현지시간) 한글에서 영감을 받은 국내외 의상 디자이너들의 작품 73점을 선보이는 '2019 밀라노 국제패션아트전시회' 막이 오른 것.
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박선희)가 밀라노 시와 팔라초 모란도의 초청을 받아 주최한 이번 행사는 'Connecting Borders: Hangeul × Fashion Art'(경계를 잇다: 한글 × 패션 아트)라는 주제 아래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밀라노 시가 직접 운영하는 이 박물관은 수준 높은 패션과 사진 관련 전시회를 엄선해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과 한국 단체가 오롯이 주축이 된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그동안 거의 유례가 없는 일로 알려졌다.

개성넘치는 한글 의상들, 伊밀라노 최고 패션박물관 수놓다
밀라노 시 산하의 박물관 전체의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살시 문화국장은 전시회 개막에 앞서 8일 오후 현지 언론을 상대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글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자를 이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답고, 독창적인 의상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가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예술작품에 공간을 내줘 온 팔라초 모란도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현지 기자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일반 공개를 하루 앞두고 이날 미리 전시회를 둘러보며 한글 문자와 한글의 다양한 서체를 응용한 각양각색의 옷들을 진지하게 뜯어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베테랑 프리랜서 기자 루이사 에스파네트는 "요즘 K팝이 이탈리아에서도 각광 받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한국이 독자적인 문자를 갖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언어보다도 개성 넘치는 글자를 의상에 접목하니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예술작품이 되는 것 같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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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는 이상봉, 박윤수, 장광효, 임선옥, 구국서, 이승익 등 이름 높은 디자이너와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인 박선희(이화여대), 이기향(한성대) 등 학계 인사, 신진 디자이너가 고루 참가해 한글을 이용한 다채로운 색깔의 작품을 출품했다.

독일 디자이너 모니카 자벨을 비롯해 해외 6개국의 패션 디자이너도 참여해 전시회가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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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라는 한글 단어를 천에 써 직접 가위로 오려서 붙인 옷을 선보여 눈길을 끈 자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얼마 전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세계 지도자들이 경계를 넘어서 평화에 입을 맞추면 좋겠다는 바람을 옷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진두지휘한 박선희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은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한국의 패션아트를 소개함으로써 한국 패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며 "특히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한글을 이번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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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한글이 지닌 탁월한 제자 원리와 심오한 세계관, 조형적 특성을 패션으로 풀어냄으로써 세계에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고, 디자인의 소재로서 패션과의 접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한글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밀라노의 패션 명문학교인 마랑고니에서 공부해 이탈리아와 인연이 깊은 박 회장은 유학 시절에 한글학교 교사를 해 예전부터 한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요즘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한국 문화의 정수는 한글이라고 생각한다"며 "팔라초 모란디가 한글 패션 전시회를 이곳에서 열 수 있도록 초대한 것도 탁월한 철학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한글의 가치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라초 모란디는 당초 이번 전시를 3개월 동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한글날을 1개월 앞둔 오는 9월 9일부터 국립박물관에서 이미 이번에 출품한 작품들로 꾸미는 전시회가 기획돼 있는 터라 이를 수락할 수 없었다고 박 회장은 귀띔했다.

한편, 한국패션문화협회는 국내 패션디자인 학계의 연구자, 패션산업계의 디자이너 등 회원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로, 창의적 연구를 토대로 한 작품활동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패션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5년 설립된 단체로, 격년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번갈아 가면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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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