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박효신은 노래로 위로를 전하며 공연장을 포근한 기운으로 가득 채웠다. 사랑이 깃든 모든 '연인'의 소중함에 주목한 그는 관객과 함께 해답을 찾았다. 내 앞에 있는 당신이 바로 내가 찾는 '러버스'라고.

박효신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단독 콘서트 '박효신 라이브 2019 러버스 : 웨어 이즈 유어 러브(PARK HYO SHIN LIVE 2019 LOVERS : where is your love?)'를 개최했다. 공연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약 3주간 6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콘서트는 박효신이 2016년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하는 단독 콘서트로 전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공연 관람을 원하는 이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시야제한석 등 유보석까지 추가 오픈되며 박효신은 명불허전 '공연 강자'다운 놀라운 영향력을 과시했다.

6회 공연 동안 동원되는 관객만 총 11만 명에 달한다. 이날 공연장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이 운집했다. L, O, V, E, R, S로 나뉘어진 스탠딩석은 물론, 2층 좌석까지 박효신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이들이 빼곡히 자리해 중앙 통제에 따라 색이 바뀌는 LED 팔찌로 형형색색의 은하수를 만들었다.

역대급 규모의 공연은 시작부터 웅장함을 자랑했다. 공연장을 감싸고 있는 9개의 스크린을 포함해 무대 중앙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까지 다수의 화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오며 '사랑'과 '연인'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공연장 구석구석을 한 데 아우르는 듯한 영상 효과와 밴드의 힘찬 연주가 어우러져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밴드가 배치된 이동 무대와 360도 원형 무대를 활용해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고자 한 박효신의 고민이 돋보이기도 했다.

숨죽이고 지켜보는 관객들의 기다림 사이로 나지막이 박효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선택한 오프닝곡은 콘서트 첫날인 지난달 29일 공연 한 시간 전에 깜짝 공개한 신곡 '연인(戀人)'이었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모습을 드러낸 박효신은 진지하게 곡을 소화하며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본격적인 사랑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스탠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선 박효신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힘 있는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진 '샤인 유어 라이트(Shine your light)'를 부르며 부드럽게 리듬을 탔다. 한껏 흥을 돋운 그는 이어 '원더랜드(Wonderland)'로 붉은 불빛 아래서 부드럽고 달콤하게 사랑을 노래했다.

박효신은 눈을 감은 채로 가사에 푹 빠져 손 키스를 날리는가 하면,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관객들에게 직접 다가가 열띤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효신은 360도 원형 무대를 넓게 활용하며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수차례 인사를 건넸다. 공연 초반부터 느낄 수 있었던 폭발적인 가창력은 '공연의 신'이라 불리는 그의 저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무대에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내가 찾던 나의 '러버스'"라는 말을 팬들과 주고받으며 무한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별 시(別 時)'와 '아임 유어 프렌드(I'm your friend)'까지 감동의 무대가 이어졌다.

시작부터 노래로 꽉 채운 탓에 박효신의 멘트는 공연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정도 후에야 들을 수 있었다. "헤이 러버스"라고 외친 박효신은 "3년 동안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3년 동안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으면 좋겠더라. 그래서 이번 공연이 '러버스'다. '우리의 사랑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효신은 "요즘 세상이 다양해지고 또 간편해지기도 하면서 서로가 주고받는 마음까지도 가벼워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차갑고 삭막해져간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떻게 하면 따뜻한 공연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공연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따뜻함을 꺼내주고 싶었다"라고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박효신은 "국내에 있는 모든 걸 가져왔다"라며 각종 무대 효과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이 무대 시안만 스무 번을 바꾸게 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미안했는데 결국에는 이런 멋진 무대가 나왔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후 '바람이 부네요'와 '더 드리머(The Dreamer, I am A Dreamer)', 그리고 정재일의 기타 반주에 가사를 얹은 '1991 年, 찬바람이 불던 밤…', '눈의 꽃' 무대까지 한층 부드럽고 깊어진 박효신의 보컬이 연이어 귓가를 녹였다. 노래를 마친 박효신은 '눈의 꽃'을 "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 노래"라고 정의하며 "스스로 고민과 질문이 많았던 시기에 질문의 답을 찾게 해준 곡"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효신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정재일의 기타 연주에 맞춰 연도별로 추억의 노래를 불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2008년 '추억은 사랑을 닮아'를 시작으로 2009년 '이상하다', 2010년 '사랑이 고프다', '2012년 'I Promise', 2013년 'It's you' 등을 맛보기로 선보이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팬들과 호흡했다.
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신 콘서트 '러버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박효신은 왜 콘서트 타이틀에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박효신은 "20주년이라고 너무 화려하게 하면 그 이후가 허전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고 나면 마치 그 다음은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거니 그 자체로 큰 의미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2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하지 않았다"라면서 "20년 동안 여러분들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됐더라. 내가 막 자랑할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거라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효신은 이날 미공개곡 '앨리스(Alice)'와 '브이(V)'를 공개하기도 했다. '앨리스'는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빠른 템포의 록 스타일 곡으로 경쾌하고 폭발적인 느낌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에너지 넘치는 밴드 사운드에 힘입어 박효신은 일제히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노래가 끝나고 박효신은 '앨리스'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같이 작업한 작사가 김이나 씨가 '너희 팬들은 네가 퇴폐적인 걸 좋아한다'고 했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결국 설득을 당했다. 술을 먹어 가면서 완성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닌 위험한 나라의 '앨리스'다"라고 전해 팬들의 환호성을 유도했다.

'브이'는 하늘을 나는 새무리를 보다가 만들어낸 곡이라고. 박효신은 이 곡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었단다. 그는 "어느 날 하늘을 보는데 그날따라 새무리 같지 않고, 앞에 있는 새는 나 같고, 따라오는 새는 우리 같더라. 우리들의 인생이 생각났다"면서 "모두가 힘들지만 한 치 앞도 모를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냐. 하지만 항상 곁에 서로가 함께 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위로가 됐으면 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적은 게 '브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효신이 '러버스'를 준비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외로워하지 말라는 거예요."

약 15분 지연 시작된 이날 공연은 이후 멈추지 않고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무대 위 박효신은 감동에 찬 눈빛으로 긴 시간을 빈틈 없이 메웠다. 그는 '야생화', '더 캐슬 오브 졸타(The Castle Of Zoltar)', '굿바이(Good bye)', '홈(Home)'에 이어 앵콜로 '기프트(Gift)'와 '연인 reprise'까지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콘서트는 박효신이 최근 사업가 A씨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혼란스러운 가운데 열린 것이었다. A씨는 박효신이 전속계약을 빌미로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는 결국 현재의 소속사와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효신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공연이 종료된 후 법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변동 없이 무대에 오른 박효신은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고, 공연에만 집중하며 팬들을 향해 연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그의 열정에 화답, 콘서트는 피소의 영향과 무관하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단,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고, 소속사가 공연 이후 강경 대응을 예고한 사안인 만큼 전 회차가 종료되고 나서 사건의 향방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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