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나흘 만에 “충분히 예상했던 것들”이라는 반응을 뒤늦게 내놨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지만 ‘알고도 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우리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정부가 ‘롱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약 70개, 메모리 반도체는 약 500개의 공정이 있고 이걸 다 거쳐야 완제품이 된다”며 “공정 하나씩 보면서 일본에서만 수입해야 하는 소재나 부품들을 골라냈고, 그걸 골라내니 긴 리스트가 나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만 수입해야 하는 품목 중에 우리 기업들에 가장 타격이 큰 1~3순위 품목을 콕 집어 규제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주요 기업과 관련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5대 그룹 등에 연락해 국익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함께 소통·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청와대도 사전에 대책회의를 하거나 기업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같은 날 “불합리하고 상식에 반하는 보복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외교부로서는 (일본 정부에) 자제를 요청하면서 보복 조치를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우리 측 제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로 피해를 보는 다른 나라들과 공조해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 설명에도 이날 외통위에서는 정부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일본은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 대응은 원칙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미 예고된 문제였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대응으로 무역전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고은이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