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1조원에 달하는 예산편성 권한을 맡기겠다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조직 신설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같은 조례안이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된 지 2주일 만이다. 잦은 조직 변경에 지친 시의회가 ‘시청 길들이기’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1일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신설 조례 일부개정안’을 찬성 60표, 반대 22표로 통과시켰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에 배치할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안’도 가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 신설안이 시의회에서 발목이 잡혀 ‘원포인트’ 임시회까지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위원회에 참여한 시민이 사업을 짜고, 예산편성까지 하는 민·관 합의체 행정기관이다. 위원회는 개방형 직위 위원장을 중심으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약 60명의 공무원이 배치돼 관련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 위원회 조직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의회는 2주일 전인 지난달 17일 ‘서울민주주의위원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해당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행정기구 신설 조례안이 너무 자주 발의된 탓에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며 “지나친 공무원 증원에 어느 정도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만장일치로 부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10대 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서울시는 총 일곱 차례 회기 중 네 차례 행정기구 신설안을 제출했고, 시의회는 그때마다 통과시켰다. 지난 4월에는 지역발전본부와 문화시설추진단의 존속기간을 연장하는 행정기구 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경제진흥본부 등 5개 ‘본부’를 ‘실’로 명칭한 변경하는 조례안을 냈고, 지난해 9월에는 남북협력추진단과 서울공예박물관 조직을 신설하는 조례안을 제출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