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헨리 포드의 야심차고 좋은 비전
공무원 재직 시 보고서를 쓸 때마다 느낀 고민 중 하나는 ‘비전을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대개 비전은 보고서의 장식품 정도로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실제 작성할 때는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웠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누구 말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준거가 없어 그랬던 것 같다. 상사로부터 가끔 “좋은 생각이 그렇게 없어요?”라는 핀잔을 들은 기억도 있다.

사전적 정의로 ‘비전’은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목표, 가치 등을 통칭한다. 일반적으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전이 잘 제시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관심이 지속되면 기대 이상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준거가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의 심리적 역량을 집결시켜 일이 성공되도록 하는 지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포드의 비전이 좋은 예다. 헨리 포드는 1900년대 초반 “앞으로 20년 내 미국 근로자의 마이카(My Car) 시대를 연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자동차는 전기, 가솔린 등 자동차를 모두 합해 5000여 대에 불과했다. 대중교통수단은 마차였는데, 수천만 명에 이르는 근로자의 마이카 시대를 연다는 비전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1910년 작업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4층짜리 하이랜드파크 공장을 신설하고 모델 ‘T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과 컨베이어벨트, 부품 공용화 등으로 이뤄진 미국식 제조방식을 결합해 소위 ‘포디즘’이라는 생산체제도 완성했다.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면서 모델 T카의 월 생산 대수는 1909년 1059대에서 1913년 1만5284대로 급증했다.

차량 가격도 1909년 950달러에서 1916년엔 360달러로 내렸다. 월평균 고용 인원은 1909년 1548명에서 1913년 1만3667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근로자 임금이 하루 2.38달러에 불과하던 1914년 ‘하루 5달러’를 제공하면서 근로자들을 자동차 소비자층으로 확보했다. 1920년대 중반 T카의 가격은 290달러로, 포드 근로자의 석 달치 봉급과 비슷해지면서 대부분 근로자는 어렵지 않게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포드의 비전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선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의 자신감과 비전이 사라지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도 포드처럼 야심차고 좋은 비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