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맞춰 명리학 '현대화'하려는 움직임 등장

"예전에는 사주팔자에 관(직업운)이 없고 식상('식신 상관'의 줄임말로 재능이나 끼를 뜻함)이 강하면 천한 사주 또는 광대의 사주라고 봤죠. 하지만 요즘엔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거나 유튜버로 성공할 사주라고 해석해요"
20대 명리학자 J씨의 설명이다.

최근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젊은 명리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사주풀이라고 하면 '남편 잡아먹는 사주'라거나 '천한 광대의 사주', '도화살이 깔려 있어 이성을 밝히는 사주'라는 등 예전의 가치관에 머문 해석을 듣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인턴액티브] 과거의 '광대 사주'가 현대엔 '유튜버 사주'?
지난 20일 서울 홍대 부근 사무실에서 만난 35살의 젊은 명리학자 문종민씨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명리학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역마살의 살은 요즘엔 '죽을 살(殺)'로 해설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씨는 "조선 시대만 해도 마을에서 사라진 사람, 마을을 떠난 사람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역마를 죽을 살(殺)로 풀이했다"며 "하지만 현대엔 역마는 해외로 나가는 직업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사주라도 시대가 변하면 그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
남편 잡아먹는 사주·남자 밝히는 사주와 같은 성차별적인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명리학자도 등장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 명리학자라고 소개한 릴리스씨는 "여성도 직업을 갖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지만, 전통적인 사주풀이에서 여성의 인생을 논할 때는 남편과 자식 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라며 "여전히 가부장제의 관점으로만 여성의 사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리학에서 '관'은 '직업적 성공'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관은 '남성'을 뜻한다.

릴리스씨는 "사주에 관이 많은 남성은 고위 관직에 오르지만, 여성의 경우 관이 발달하면 (주변에 남성이 많아) 문란하다고 해석하곤 한다.

이제는 여성의 관도 직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여자가 드세다, 드세서 고생하는 사주다'라고 풀이하는 경우는 '비겁(욕심)'이 많은 사주를 말했다.

하지만 요즘 비겁은 왕성한 에너지를 의미하며, 비겁이 많으면 사회생활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주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관행적으로 사용돼 온 사주 풀이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릴리스씨는 "'비혼이 될 수 있다'와 '남편 복 없는 년'이라는 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턴액티브] 과거의 '광대 사주'가 현대엔 '유튜버 사주'?
명리학자 문종민씨는 "상담을 하다 보면 '성적으로 밝힌다'는 식의 폭언에 가까운 사주 해설을 다른 곳에서 듣고 오는 분들도 있다"며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주 풀이를 통해 인생 상담을 받으려는 내담자의 간절한 심리를 무시하고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릴리스씨는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명리학도 시대에 맞춰가야 한다"며 "상담 온 이들이 '다른 곳에서는 미래의 남편 이야기만 듣다가 끝났는데 내가 주인공이 되는 상담은 처음'이라고 반가워한다.

낡은 관점으로 내담자를 상처 주지 않는 새로운 명리학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리학자 J씨도 "앞으로 명리학은 귀천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갖고 태어난 기질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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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