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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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전기요금 부담을 월평균 1만142원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를 통과했다.

결국 정부에 '백기' 든 한전, 7~8월 전기료 月 1만142원 할인
28일 한국전력 임시 이사회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난 21일 의결을 보류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재논의한 끝에 전기요금 약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누진제 개편안이 한전 이사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전기위원회 심의회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실을 찾아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으며 아울러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8월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게 됐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과한 이상 7월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는 데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전에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전기 소비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 한전 부실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임시 이사회가 열린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전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대해 항의하며 김종갑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정부에 '백기' 든 한전, 7~8월 전기료 月 1만142원 할인
'적자 한전' 年 3000억씩 부담 가중

한전 이사회는 28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부의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가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민·관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8일 여름철 냉방요금 할인을 골자로 한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했으나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보류됐다. “매년 2800억원에 달하는 요금 할인 비용을 떠안는 안건에 동의하면 경영진이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이사들 “이용자 부담 원칙 지켜야”

15명으로 구성된 한전 이사회가 이전까지 누진제 개편안에 반발했던 까닭은 적자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따른 손실(매년 2536억~2847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한전은 작년 2080억원 영업 적자(연결재무제표 기준)에 이어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이사회에선 비상임이사를 중심으로 “정부가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적자 보전 방안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비상임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는 이사회 개최 직전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도 소비재이기 때문에 원가 반영과 이용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경했던 이사회 분위기가 ‘급변’한 데는 정부가 제안한 중장기 요금체계 개편안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태유 이사회 의장(서울대 공대 명예교수)은 “오늘 이사회에 상정된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다”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안건 통과는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한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명과 김 의장,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노금선 전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 정연길 창원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등 비상임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 15명 중 8명 이상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되는 구조다. 관건은 비상임이사들의 의중이었다. 김 사장 등 상임이사들은 정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이날 비상임이사들은 오후 5시30분으로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 앞서 별도 ‘비공식 간담회’를 했다. 이때 정부가 추진해온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7, 8월 냉방요금 할인

한전은 조만간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 인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할 방침이다. 정부안인 만큼 전기위원회 심의 및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바로 시행된다. 시행이 며칠 늦어지더라도 7월 1일부터 할인 요금이 소급 적용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통과된 이상 7월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는 데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매년 여름(7, 8월) 누진 1, 2단계 상한을 50~100㎾h 확대하는 방식이다. 매년 1500만~1600만 가구가 두 달간 월 9000~1만원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계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손실 보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폭염 때 누진제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 여름철 요금을 깎아줬으나 그 부담은 대부분 한전이 떠안았다. 당시 한전이 부담한 요금 할인 비용만 3000억원이 넘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주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수익자 부담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공기업인 한전의 부실이 심해지고 결국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