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과 기술, 그린 이니셔티브(친환경) 등 3대 성장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과 기술, 그린 이니셔티브(친환경) 등 3대 성장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에너지화학 일류 기업을 목표로 한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2.0’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 △그린 이니셔티브 등 ‘3대 성장 전략’ 중심의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석유와 윤활유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사업 영역은 물론 배터리와 소재, 화학 등 성장 사업에 ‘그린밸런스’라는 친환경 공통 분모를 적용해 균형 있는 육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빅3’ 진입 목표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전기차(EV) 배터리 글로벌 ‘톱3’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CATL과 BYD, 일본 파나소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얘기다. 올 1분기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이 회사는 9위였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경쟁사와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벌려 나갈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½½’를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무리하고, 상용화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 기술은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을 90%, 5%, 5%, 에너지 밀도 최소 670Wh/L 이상의 배터리 양극재를 쓰는 것으로, 1회 충전에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기술 개발과 생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430GWh인 수주량을 2025년 기준 700GWh로 확대하고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100GWh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충남 서산)를 비롯해 중국과 헝가리,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친환경 사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e-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비욘드 EV 배터리’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터리 사업 실적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한편 2025년까지는 영업이익률 10%를 이뤄낸다는 목표다.

분리막·FCW·패키징 등 신사업 강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수직 계열화의 핵심인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은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 폴란드 외에도 글로벌 생산 기지를 확충해 2025년 연 25억㎡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사업 부문을 지난 4월 분사(SK아이이테크놀로지)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분리막 시장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신소재인 FCW를 폴더블 스마트폰과 TV, 자동차용 등으로 적용 확장을 추진해 산업 생태계를 선도해나가기로 했다. FCW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접히고(foldable), 휘어지고(flexible), 둥글게 말 수 있는(rollable) 디스플레이용 소재다. 국내외 전자 업체들이 잇달아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학 사업은 ‘글로벌’과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신규 주력사업 분야로 선정한 패키징 분야는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 다우사의 고부가 화학제품군인 EAA(에틸렌아크릴산)와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을 인수했다. 오토모티브 사업은 기술개발에 집중해 전기차 확산과 경량화 추세를 주도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기반 고부가 제품군(群) 이익 비중을 현재 4%에서 2025년까지 1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사업 확장

SK이노베이션은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투자(글로벌 파트너링)로 양적 성장도 추진한다.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과 합작해 세운 중한석화가 대표적이다. 화학 사업은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글로벌 이익 비중을 현재 24%에서 2025년까지 61%로 키울 방침이다.

석유 사업은 글로벌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 그린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다.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과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판매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 지역에 지분투자와 조인트벤처(합작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유인프라화하는 플랫폼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하루 생산량 4만 배럴 규모의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가 대표적이다. 석유 사업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약 1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VRDS 신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VRDS는 감압 잔사유(VR)에 수소를 첨가해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또는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IMO 2020’ 환경 규제가 발효되면 저유황유 수요가 대폭 늘어나 SK이노베이션은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추가 이익을 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렙솔과 페르타미나, JXTG 등과 진행 중인 글로벌 파트너링을 다른 메이저 업체와도 확대해 윤활기유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미래차로 꼽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최적화된 윤활유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배터리와 모터, 주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에너지 손실과 마모를 줄이는 역할을 해 기존 윤활유와는 다른 성능이 요구된다. 글로벌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2030년까지 연간 24%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석유개발사업(E&P)은 중국, 베트남 중심의 아시아와 셰일오일의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단순 지분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 지역 중심으로 직접 원유 탐사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남중국해에 이어 올해 5월엔 베트남 남동부 광구에서 오일층을 찾아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전략을 통해 기존 사업의 현재 25% 수준인 글로벌 자산 비중을 2025년까지 65%로 늘린다는 목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