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총리 선출방식은 민의와는 상관없는 非대의 민주주의"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한 전문가가 '제도적 모순으로 소수 광신도 집단이 영국 정치를 장악했다'고 개탄했다.

존슨 전 장관이 집권 보수당 대표와 총리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특정 이념을 신봉하는 집단이 당을 장악해 비(非)대의 민주주의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 정치경제학자 윌리엄 데이비스 교수는 25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16만 당원에 의해 결정될 보수당 대표 선출은 민주주의적 위임이 결여한 것으로 (보리스) 존슨이라는 무모한 인물이 영국을 이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英 전문가 "소수 광신도가 보수당 장악, 존슨 선출할 듯"
그는 특히 존슨 전 장관을 '평생 남을 공격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은' 논란 많은 인물로 지칭하면서 존슨은 그의 정직성과 무분별함을 둘러싸고 숱한 의문이 제기돼 왔지만 보수당 내 신봉자들은 그의 이러한 인성을 오히려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존슨과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 사이에서 차기 총리를 결정하게 될 보수당원 16만명은 영국 전체 유권자의 0.3%에 불과하며 특히 당원들의 성향과 우선 시책을 고려할 때 과두제도와 대의민주주의 양자 간 최악의 측면을 혼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표하지 않은(unrepresentative ) 민주주의'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존슨 전 장관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표방하고 있으나 이는 이에 반대하는 명백한 다수 민의에 배치된다면서 이러한 자폭적인 '가미카제식' 정책은 영국 경제를 황폐화하고 의약품과 같은 기본생필품 분야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현 집권 보수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중화돼있음을 근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의 이탈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브렉시트를 감행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면서 이는 결국 보수당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근래 전 독립당 대표이자 극우 포퓰리스트인 나이절 패라지 지지자들이 보수당에 대거 침투한 데다 존슨을 지지하는 당원 대다수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입당한 신참들이며 특히 지난해 여름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이 좌초하면서 보수당원들이 30% 이상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민의와는 상관없는 소수 광신도 집단이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데 주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영국의 낡은 불문헌법과 브렉시트라는 극적 현실 간의 괴리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당과 의회가 민의를 보다 충실히 대변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혁하는 문제가 일부 학자들 간에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일반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