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술기업을 잇따라 제재하자 중국의 화웨이, DJI 등이 미국 자회사를 분사하고,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등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들에 대한 제재를 없애야 무역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DJI가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에 드론 조립공장을 짓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마빅2 등 인기 드론을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설비에서 생산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달 “중국 정부가 중국산 드론을 통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위험이 있다”며 기업 등에 경고문을 배포했다.

DJI는 아직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미국 기업의 거래제한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 정부가 화웨이 등 통신장비사에 이어 슈퍼컴퓨터 기업 등을 잇따라 제재하면서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DJI가 미국에서 계속 영업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미국 내 연구개발(R&D) 자회사 퓨처웨이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퓨처웨이가 직원들을 새로운 정보기술(IT) 시스템으로 옮기고 화웨이 이름이나 로고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설립된 퓨처웨이는 실리콘밸리 등에 연구실을 두고 직원 수백 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자회사로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퓨처웨이와 연결고리를 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이 같은 견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전날 “(미·중 협상에서) 타협이 이뤄지려면 양측 모두 양보해야 한다”며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거래 제한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등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는 초당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기업은 국가안보 위험 요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