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 역대 청와대 정책실장들은 23일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에 대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또 공정거래위원장의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책실장들 "단기성과 욕심 버리고 경제부처 힘 실어줘야"
백용호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백 이사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한 가운데 김 실장이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며 “하지만 단기 성과 욕심에 의욕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실장이 모든 것을 다 맡겠다고 목소리를 키우면 오히려 정책이 산으로 간다”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펼치면서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인 이정우 이사장은 전화통화에서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경기 지표 부진 상황 등을 한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지고 정책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배’ 정책실장은 경제리더십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원톱론’을 강조했다.

백 이사장은 “정책실장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등 국정 전 분야의 밑그림을 그리고 조율하는 자리여서 본인이 전면에 나서면 내각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고 했는데 실제로 경제 부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은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고 현안은 부총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는 “김 실장은 시민단체 활동을 거쳐 공정거래위원장을 하는 동안 기업 규제만을 강조해온 측면이 있는데 정책실장 자리에서도 그런 인식을 이어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기를 살려 경기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나도 공정거래위원장을 하다가 (국세청장을 거쳐) 정책실장으로 갔다”며 “규제 관련 정책을 펼치다가 정책실장으로 가면 단기간에 시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과감한 발상 전환을 통해 기업들의 혁신을 돕고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