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디지털 장벽 깨고 새롭게 온다"
“요새 가장 뜨거운 매체가 유튜브라고 하죠. 그렇지만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선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결국 종이책이야말로 인간 내면 끝까지 들어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작가 한강(사진)이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한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종이책과 문학에 담긴 감성은 디지털의 편리함을 뛰어넘는다”며 “디지털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다시 아날로그에 굶주리고 손으로 하는 것에 배고파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 역시 우리가 그리워하게 하는 힘”이라고도 했다. 한 작가는 “종이책을 펼치고 접고 밑줄을 긋고 꺼내고 꼽고 또 들고 다니는 모든 행위를 통해 이 매체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가 바뀌고 또 죽고 다른 사람이 태어나도 우리가 살았던 모든 사람이 공유했던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은 영원히 새로운 문학의 주제”라며 “우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믿는 종이책과 문학도 결국 다시 우리에게 새롭게 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작가의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올해 도서전 주제인 ‘출현’에 관한 특별 강연이 폐막일인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배우 정우성의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20일), 물리학자 김상욱의 ‘과학문화의 출현’(21일), 철학자 김형석의 ‘백년을 살아보니’(22일), KBS 요리인류 대표 이욱정의 ‘요리하다, 고로, 인간이다’(23일) 강연이 매일 관람객들과 만난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313개사와 해외 118개사 등 총 41개국 431개 출판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유명 저자들의 신간을 독점 소개한 ‘여름 첫 책’ 부스엔 김세희 작가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민음사), 장강명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아작),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신간 10권이 공개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1일엔 장강명 김세희 정유정 조남주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사인회와 강연 등이 이어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